대법 "무허가 건축→무신고 가설건축물 축조로 공소장 변경 가능"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컨테이너를 불법 설치한 피의자를 무허가 건축 혐의로 기소한 뒤 신고 없이 가설건축물을 축조한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법언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건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등의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9년 4월 하남시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임시 창고나 임시 사무실로 사용할 목적으로 1만948㎡의 대지에 길이 6m, 폭 2.45m 크기의 컨테이너 약 1000개를 2층 또는 3층으로 쌓아올린 후 일정하게 배열한 혐의(건축법 제11조 1항 위반)로 기소됐다.
건축법 제11조(건축허가) 1항은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대수선하려는 자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다.
그런데 공소를 제기한 이후 검사는 A씨의 공소사실을 '건축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물을 건축했다'에서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하지 않고 가설건축물을 축조했다'로, 적용법조를 건축법 제20조 3항 위반으로 바꾸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건축법 제20조(가설건축물) 1항은 '도시·군계획시설 및 도시·군계획시설예정지에서 가설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가설건축물 건축시 허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 3항은 '1항에도 불구하고 재해복구, 흥행, 전람회, 공사용 가설건축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의 가설건축물을 축조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존치 기간, 설치 기준 및 절차에 따라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한 후 착공하여야 한다'고 가설건축물 축조시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 제20조 3항 신고의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111조(벌칙)에 따라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재판에서는 검사의 공소장변경이 적법한 것인지와 A씨가 차후에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했지만 행정청이 신고를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상태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먼저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당초 공소제기된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건축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을 했다는 것이고 변경된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하지 않고 가설건축물을 축조했다는 것으로, 모두 피고인이 동일한 (가설)건축물을 건축 또는 축조했다는 하나의 행위에 대해 그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한 취지로서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A씨는 2019년 5월 행정청으로부터 시정명령 및 계고(행정청이 일정한 기간 안에 행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알리는 일)처분을 받고 같은 해 6월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했지만 행정청이 수리하지 않아, 불수리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씨는 행정소송에서 행정청의 불수리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위법상태가 해소돼 건축법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가설건축물 축조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불수리처분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2019년 4월 중순경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하지 않고 가설건축물을 축조한 이후에 발생한 사후적 사정에 불과해 건축법위반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건축법 제20조 3항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도 공소장변경이 적법한지가 다시 쟁점이 됐다.
특히 1심 유죄 선고 이후 A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컨테이너가 건축물에 해당함에도 건축법 제11조 1항을 위반했다'는 처분사유와 '컨테이너가 가설건축물에 해당함에도 건축법 제20조 3항을 위반했다'는 처분사유는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어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점을 근거로 A씨는 공소장변경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은 달리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과 형사소송은 그 구조 및 법원칙을 달리하므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과 공소장 변경에서 요구하는 동일성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기존 공소사실과 변경된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컨테이너를 건축 또는 축조했다'는 동일한 기본적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규범적 평가에 따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98조 1항이 요구하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된다"며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실관계 자체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컨테이너에 대한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해 사후적으로나마 위법상태가 해소된 점 ▲건축법위반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1심의 형이 과하다는 A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을 낮췄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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