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만배와 돈거래 기자' 조사 중간발표…"9억원 없었으면 청약 못 해"

외부 전문가 참여 진상조사 중간결과 발표…2004년부터 김만배와 친분
진상조사위 "9억 빌리며 차용증도 안 써…담보도 없고 이자도 뚜렷하게 약속 않아"
"2021년 9월 이후 최근까지 핵심 직책 유지…기사 지면 배치에 영향력 행사 가능 위치"

'김만배와 돈거래' 기자 해고 1면에 알린 한겨레ⓒ연합뉴스

한겨레신문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거액의 돈을 거래한 자사 간부에 대해 "9억원이 없었으면 아파트 청약을 못 했을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진상조사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한겨레는 20일 발행된 신문 2면 전체(하단 광고 제외)에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 중간경과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실은 진상조사위원회 명의의 알림을 실었다.

진상조사위는 김 씨와의 돈거래로 해고된 편집국 간부 A 씨가 ▲2003년 10월~2005년 6월 ▲2009년 2월~2010년 3월 ▲2017년 3월~2018년 10월(법조팀장) 등 세차례에 걸쳐 법조팀 기자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씨가 2004년부터 당시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던 김 씨와 알고 지내며 점점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전했다.

진상 조사위는 A 씨와 김 씨의 돈거래에 대해 "비상식적 돈거래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했다"며 "9억원이라는 거액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담보도 없었고, 이자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약속하지 않는 등 이해하기 힘든 돈거래"였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A 씨가 아파트 분양을 위해 김 씨로부터 돈을 빌리기로 했다고 소명한 것에 대해 "전 간부가 청약할 당시,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았다"며 "분양금 규모에 비춰볼 때 김 씨와의 9억원 돈거래가 없었다면 이 청약은 시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가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2021년 9월 이후 최근까지 핵심 직책을 그대로 맡고 있었다는 점을 진상조사위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기사의 지면 배치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전했다.

A 씨는 작년 3월 5일 동아일보에 '남욱 "김만배, 기자 집 사준다며 돈 요구…6억 전달"'이라는 기사가 실리자 관련 보도를 담당하는 한겨레 보직부장을 찾아가 기사에 등장하는 언론사 간부가 자신이라며 김 씨와의 거래를 털어놨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 부장은 회사에 이를 알리지 않았고, A씨 역시 회사에 따로 알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한겨레를 명기한 보도가 이어지자 담당 부장은 뒤늦게 회사에 보고했다고 한다.

진상조사위는 "돈거래 사실관계 확인뿐 아니라 회사에 보고되지 않은 과정, 해당 간부의 기사 영향 가능성 여부, 회사 대응 과정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며 "모든 조사가 끝난 뒤, 주주·독자·시민들에게 최종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