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 시대 100일]AI기술 초격차·투자·혁신 …이재용의 숙제

문채석 2023. 1.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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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패스트 팔로워' 꼬리표 떼야
PC의 IBM 아이폰의 애플 등
창조해낸 위대한 기업들
삼성, 기술·투자 혁신 절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편집자주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4년 쓰러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을 대신해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즉 그는 올해 10년차 삼성 총수다. 또 이 회장은 다음달 3일 회장 취임 100일을 맞는다. 총수 10년, 회장 취임 100일을 앞두고 그동안 이 회장의 경영 실적과 미래 과제, 근황 등을 정리해봤다.

이 회장이 명실상부한 총수로 회사를 경영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삼성전자가 낸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326조9800억원. 1969년 창립이후 2014년까지 삼성전자 영업이익 합계는 230조4920억원이다. 이 회장은 불과 8년만에 동안 조부와 선친이 46년간 번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문제는 이런 빛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사람들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27일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지금은 삼성전자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세가 약해졌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기업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IBM과 소니다. IBM 앞에는 'PC를 처음으로 만든'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소니를 따라다니는 단어는 워크맨이다. 두 회사 모두 과거에 없던 제품을 만들었다. 그 제품으로 인해 개인용컴퓨터와 휴대용 음향기기란 산업 카테고리가 생겼다. 이 업적으로 두 회사는 현 상황이나 실적과 무관하게 사람들 마음 속에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세계 최고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아이폰을 만든' 애플이다. 아이폰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품고 있는 앱스토어를 통해 하나의 산업 카테고리 혹은 생태계를 만들어 사람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 전에 없던 새것을 만들어 인류의 삶을 바꾼 업체는 '위대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반면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를 앞에 붙는 수식어는 '무엇을 만든'이 아니다. 사람들 머리 속에 삼성전자는 '제품을 잘 만드는' 혹은 '돈을 잘버는' 회사다. 이건희 회장은 "업의 본질은 제조"란 말을 남겼다. 제조 분야에서 삼성은 세계 최고다.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TV, 메모리 반도체, 모바일 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밟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삼성은 이미 세상에 있는 제품을 남보다 잘 만드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12월 아버지인 고 이건희 선대회장을 뛰어넘겠다며 '승어부(勝於父)'란 포부를 밝혔다. 승어부를 위해서는 업의 본질을 제조에서 창조로 바꿔야 한다.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은 추격 기업이 아닌 선도 기업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방향은 반도체·바이오·통신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6G)을 뉴 삼성이 나아갈 길로 정했다. 모두 세계 1위가 목표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쉽지 않은 과제다.

반도체에선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이 4배나 높은 1위 대만 TSMC를 따라잡아야 한다.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5.5%로 TSMC(56.1%)의 4분의 1 수준이다. 초미세공정에선 최선단 3나노(nm·10억분의 1m) 기술을 6개월 만에 TSMC에 따라잡혔다. 공장부터 짓고 고객을 받는 셸퍼스트 전략을 쓴다. 문제는 애플 등 주요 고객을 TSMC에 뺏겼다는 점이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도 올려야 한다. 5나노 경쟁에서 TSMC에 패한 사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11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를 방문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생산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바이오 혁신은 더 어렵다. 위탁생산(CMO)은 잘하고 있지만 진정한 혁신 결과물인 신약에서 고전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12년 만에 세계 최대 생산능력(캐파)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약 관련해서는 1000여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암, 심장병 같은 인류 최악의 불치병을 고치는 신약 개발까진 갈 길이 멀다.

통신의 경우 이재용 회장 개인기로 5G 장비 수주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갤럭시S 시리즈 등이 애플 아이폰에 밀린다는 평가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최근 발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삼성전자 점유율 추정치는 출하량 기준 20%다. 1위 자리를 애플(25%)에게 내줬다.

◆AI 중심 기술 초격차·상상못할 투자 해내야

창조로 승부를 보기 어렵다면 기술과 투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기술과 투자에서 다른 기업이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의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한다.

투자는 몇 년째 정중동이다. 영국 팹리스(설계기업) ARM 인수합병(M&A)설은 힘을 잃었다. 요즘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인피니온 인수합병 등 큰 거래가 곧 이뤄진다는 이야기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설비투자에서는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을 계획대로 내년에 가동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6월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기술 청사진은 투자보다는 뚜렷하나 실현 가능성을 장담키 어렵다.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양산 시나리오를 실현하겠다고 세계에 공언했다. 2030년대엔 인텔이 만든 가상의 개념 옹스트롬(100억분의 1m·나노의 10분의 1) 등 궁극 기술 전쟁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반도체(DS)부문을 넘어 전사로 시야를 넓히면 AI를 축으로 AI알고리즘, 나노전자, 배터리재료, 양자기술 등 미래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게 과제다. 그룹 최선단 R&D 기구인 종합기술원(SAIT)과 반도체연구소, 삼성리서치 등 조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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