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운동, 수면까지… 관리법 큐레이션 해드립니다" [헬스 스타트업]

이금숙 기자 2023. 1. 20. 0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헬스 스타트업] 일상 파고드는 디지털 웰니스
가지랩 김영인 대표 인터뷰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 관리 전략을 제안하는 ‘웰니스(Wellness)’ 서비스 분야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뭘 먹어야 하고,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개인의 건강상태, 주변 환경, 지식 수준에 맞춰 사용자에게 제시를 해주는 서비스다. 제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코칭이 개입돼 생활 습관을 바꾸도록 행동과학적으로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이를 ‘웰니스 큐레이션(curation, 여러 정보를 수집·선별하고 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알려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웰니스 큐레이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회사로 '가지랩(gazilab)'이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관리 앱 '눔 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던 김영인 대표가 지난해 세운 회사로, 출범한 지 1년도 안돼 네이버·카카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김영인 대표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눔(NOOM)’에 들어가 메디컬 자문, 투자 유치, 신규 사업 개발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그를 만나 가지랩과, 웰니스 모바일 서비스 분야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가지랩 김영인 대표/가지랩 제공
-가지랩이란 이름이 독특하다? 
창업을 하면서 회사명을 지으려고 알아보니 웰니스라는 단어가 들어간 회사명은 많았다. 건강에 중요한 식재료인 채소 이름으로 회사명을 지으면 진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보카도 등 채소 이름이 들어간 사명도 꽤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가지'가 들어간 사명은 없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는 편인데, 가지가 의외로 매력 있는 식재료다. 우리나라는 가지 무침을 많이 먹지만 쓴물만 잘 제거하면 식감이 좋아 튀김, 구이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또한 우리 회사가 개인 맞춤형으로 적절한 건강 정보를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를 하는데, ‘가지 가지’ 골라준다는 의미도 담을 수 있어서 '가지랩(gazilab)'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가지랩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서비스가 완전히 구축되진 않았는데, 우선 ‘나만의 건강 전략 찾기’ 서비스가 있다. 설문(일상/식단/운동)을 통해 자신의 유형을 진단하는 서비스로, 유형은 총 6가지가 있다. '무기력한 피카소' '야근하는 햄릿' '칼퇴하는 데카르트' '피곤한 마를린먼로' '회식하는 돈키호테' '초조한 오드리햅번' 이다. 이 유형을 바탕으로 영양,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의 전략에 대해 제시한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며,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또한 자신의 유형 진단에 맞는 웰니스 상품 구매, 건강 콘텐츠 소개 등의 서비스가 추가될 것이다. 회원들끼리 모여 건강한 일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까지 만들 계획이다.

-가지랩에서 다루는 웰니스의 범위는?
웰니스는 영양, 운동, 멘탈케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포함한다. 더 넓게는 레저, 뷰티까지도 아우른다. 건강한 일상하고 관련된 것은 모두 웰니스에 속한다. 가지랩에서는 영양,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까지 웰니스로 보고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웰니스·헬스케어 쪽에서는 토스(금융), 쿠팡(이커머스) 같은 ‘슈퍼앱’이 없는데, 가지랩이 이 분야의 슈퍼앱이 되고자 한다.

-왜 헬스케어 분야는 슈퍼앱이 없을까?
사용자의 니즈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개별 사용자의 건강 상태에 따른 요구도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다보니 누구나 사용하는 플랫폼이 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대기업에서 이런 앱을 만들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겠지만, 스타트업이라면 비록 서비스 이용자가 100명밖에 되지 않아도 만족하며 좁은 범위에서 시작해서 한 땀 한 땀 쌓아가면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가지랩 김영인 대표/가지랩 제공
-서비스의 첫 단추가 사용자 유형 진단이다? 
앞서 말했듯이 건강 행동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유형을 6가지로 나눴다. 유형이 너무 많으면 복잡도가 높아질 것 같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6개 유형으로 나눴다. 눔코리아에서 코칭을 전문적으로 했던 내부 직원들간의 긴 논의와 고민 끝에 만들어냈다. '무기력한 피카소' '야근하는 햄릿' '칼퇴하는 데카르트' '피곤한 마를린먼로' '회식하는 돈키호테' '초조한 오드리햅번'으로 유형 이름을 지었는데, 인물과 인물을 설명하는 수식어를 일부러 미스매치 시켰다. 우아함의 대명사 오드리햅번 앞에는 ‘초조한’을, 섹시한 마를린먼로에는 ‘피곤한’을, 다소 안어울리는 꾸밈말을 붙인 것이다.

-유형 분석에는 어떤 근거나 데이터가 있나?
가지랩의 건강 전략 제안은 질환이 아니라 '웰니스' 영역이기 때문에 꼭 검증된 설문을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통 의학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지만 웰니스 영역은 좀 열려 있다. 사용자에게 와닿는 설문, 솔루션 역시 사용자가 공감하고 이해하며 실천할 수 있게 설계했다. 가지랩 서비스의 효과를 입증하는 사후 평가는 해볼 생각이다. 한양대병원 전대원 교수팀과 가지랩의 유형 진단과 이에 따른 맞춤형 건강 전략이 얼마나 유용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는 시작한다. 약이 없고 체중 감량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인 지방간 환자를 대상으로 가지랩에서 만든 유형에 따라 운동·식이 등 생활습관 처방을 해주고 그에 대한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운동, 식이 교육 자료를 환자에게 주는 것 대비 가지랩 웰니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얼마나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다.

-유형 진단 다음 건강 행동 변화는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유형 진단을 했다면 그 다음 스텝으로 웰니스 상품을 추천한다. 샐러드, 닭가슴살, 건강 관리 웨어러블 기기 등의 상품이 될 수 있다. 건강 콘텐츠도 추천해준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도 만들어 활성화할 계획이다. 다만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우선 상품과 콘텐츠 추천 위주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쪽에서는 유형 진단을 고도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에 어떤 웰니스 상품들이 있는지 조사해서 모으고 잘 분류를 해놓는 데이터를 구축을 하고 있다. 콘텐츠도 계속 작성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어떻게 활성화 할 계획인가?
최종적으로는 가지랩 안에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이지만, 커뮤니티 활성화가 쉽지 않아 시작은 오픈 카톡방 등 기존 플랫폼을 활용할 것이다. 요즘 모바일 앱 개발을 할 때 처음부터 완벽하게 기능을 세팅해서 가는 게 아니라 작은 기능부터 만들어 놓고 테스트해 가면서 점차 키워가는 방법을 쓴다. 오픈 카톡방은 커뮤니티 기능이 다 갖춰져 있고, 사람들도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다.

오프라인 커뮤니티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웰니스나 헬스케어 분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병행돼야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 ‘행동의 변화’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웰니스 런치 클럽’이라는 오프라인 행사를 시작했다. 강남역 주변에 회사원 중 일주일에 한 끼라도 건강하게 먹고 싶은 사람을 모집했다. 처음엔 10명 정도 모였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커뮤니티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가지랩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서비스들을 테스트할 것이다.

-앱 출시 계획은?
당장은 아니다. 지금은 웹사이트에서 여러 기능들을 넣어놓고 테스트 한 다음에 앱이 꼭 필요한 시점에 런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 웹이나 앱의 경계가 많이 줄었고, 웹에서 기능을 탄탄히 만들어 놓으면 앱으로 금방 넘어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웨어러블 기기에서 건강 관련 데이터를 불러오는 시점이 됐을 때에는 앱이 필요하므로 그때 자연스럽게 앱으로 넘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전 단계에서는 빨리 빨리 수정이 가능한 웹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모바일 웹이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품 추천은 어떻게 이뤄지나?
눔에서 일했던 경험에 따르면 한국 사용자는 건강 상품 소비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웰니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어떤 건강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즉 소비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런데 지금 시장 정보를 보면 제조사가 건강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지랩에서 제공하는 상품 추천은 꼭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따라서 “비타민을 먹지 않아도 돼요”라는 제안도 가능한 신뢰도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PB상품(자체브랜드 상품)도 안만들 것이다. 유형 진단에 따른 적합한 건강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쇼핑몰을 추천하려고 한다. 수요 기반의 커머스 사업을 할 것이다.

-수익 모델은? 
이커머스 기능이 탑재가 되면 수익 모델이 나올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 빅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는 것이 첫째고, 그래야 웰니스 큐레이션도 훨씬 더 정교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가지랩 김영인 대표/가지랩 제공
-제도권 의료와의 접목 가능성도 있나?
처음부터 제도권 의료 쪽으로 들어갈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 다만 당장은 아니다. 웰니스 쪽에서 신뢰를 잘 쌓은 뒤 제도권 의료에 들어가서 만성질환 개선에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의료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결국 규제나 수가 문제와 연동이 되는데, 가지랩은 B to C (기업 대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헬스케어의 웰니스 분야에서 눔, 펠로톤 처럼 굉장히 큰 매출이나 성과를 낸 회사들이 있는데, 대부분 소비자들이 직접 돈을 지불한 케이스다. 코로나 19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가지랩은 직접 소비자들을 마음을 사려고 한다. 또한 가지랩에서는 헬스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에도 역할을 할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디지털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헬스케어 분야에 혁신을 일으키고 싶다면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한다. 그런 플랫폼이 결국에는 이긴다. 기존 은행 플랫폼을 제치고 ‘토스’ 같은 곳이 사용자 중심의 편한 서비스를 내놓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슈퍼 앱이 나온다면 결국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하는 곳일 것이다. 규제가 많은 메디컬 영역에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또 규제의 기준에 맞춰서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런 측면에서 규제에서 자유롭고 사용자를 잘 설득할 수 있는 웰니스 큐레이션 서비스 시장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카카오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네이버·카카오야말로 진짜 소비자 접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플랫폼 사업자다. 그러다보니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를 하더라도 B to C 시장 경험이 있는 팀이라면 사업 초기 단계라도 투자를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 회사 직원의 상당수는 건강관리 앱 눔에서 소비자들과 접점을 가지고 서비스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경력자들이다. 네이버·카카오 투자를 시작으로 지금 누적 투자 금액이 18억 원 정도다.

-디지털 웰니스 분야의 미래는?
웰니스라는 것은 사회 전반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가 됐다. 소극적인 웰니스가 만성질환 예방 정도였다면 지금은 개인의 삶의 질과 연관된 모든 것이 웰니스와 맞닿아 있다. 재택근무 같은 업무 환경 변화, 취미·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Z세대 등장 등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웰니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등 디지털이 보편화 되면서 웰니스는 일상을 더 파고들 것이다. 가지랩은 한국 시장 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웰니스 시대에 가장 소비자 친화적인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