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베이브 루스와 타이 콥의 싸움

김식 2023. 1. 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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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야구팬들의 단골 질문이 있다.  

타이 콥이 훌륭한 타자인가? 베이브 루스가 더 위대한가?

행크 애런이 뛰어난가? 테드 윌리엄스가 최고인가?

메이저리그(MLB) 역사를 통틀어서도 최고 타자로 꼽히는 이들의 우열을 가리는 건 불가능하다.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체중 이동’과 ‘엉덩이 회전’의 대결

MLB 역사상 최초의 ‘야구왕’ 타이 콥(1886~1961)은 20세기 초반 최고의 타자였다. 데드볼 시대(반발력이 낮은 공을 썼던 1919년까지를 말한다)에서 뛴 탓에 홈런이 많지 않지만 타율왕에 12차례, 장타율왕에 8차례 오를 만큼 만능 타자였다.  

왼손 타자인 콥은 투수가 던진 공을 맞이하듯 앞으로 나가면서 타격했다. 왼발에서 오른발로 체중을 이동하며 공을 때리는 이른바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weight shift system)’이었다. 콥이 기량이 워낙 특출했을 뿐, 당시 대부분의 타자가 이런 자세였다고 한다.

라이브볼 시대(반발력이 큰 공을 사용한 1920년 이후) 베이브 루스(1895~1948)가 등장하면서 판이 바뀌었다. 역시 좌타자인 그는 두 다리를 거의 붙인 채(좁은 스탠스) 타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스윙하는 동작은 그 시대 다른 타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임팩트는 달랐다. 루스는 엉덩이를 강하게 돌리면서 엄청난 회전력을 만들어냈다. MLB에 홈런의 시대(통산 659홈런)를 꽃피운 루스의 타격은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rotational hitting system)’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일컫는다.

루스의 타격을 더 발전시키고 체계화한 인물로 왼손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가 꼽힌다. ‘마지막 4할 타자’로 유명한 그는 강력한 힙턴(hip-turn)과 투구 궤적에 맞게 살짝 올려 치는(slight upswing) ‘윌리엄스 스트로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이론과 경험은 유명한 저서 『타격의 과학』에 잘 담겨 있다. 오늘날까지 타격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다.

윌리엄스의 이론을 찰리 로(1933~1984)가 반박했다. 역시 좌타자인 로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55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위대한 타자들의 커리어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타격 코치였다. ‘타격’과 ‘타격을 지도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로는 저서 『3할의 예술』을 통해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강조했다.  

이들의 자존심 싸움은 대단했다고 한다. 데드볼 시대 최고 타자였던 콥은 루스가 홈런을 펑펑 터뜨리며 인기를 끌자 “4할 타율도 못 치는 녀석”이라고 깎아내렸다고 한다. (물론 훗날 두 전설은 서로를 인정하며 존경했다고 들었다.)  

당겨 치기를 즐기는 윌리엄스가 슬럼프에 빠지자 콥은 두 페이지 반에 이르는 편지를 썼다. 또 직접 만나서도 자신의 이론을 한참 설명했다. 그런데도 윌리엄스는 “낯선 외국어처럼 들렸다”고 책에 썼다. 타격의 지존이라고 할 만한 두 사람의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던 거다.

로는 윌리엄스의 이론을 공격했다. 그러자 윌리엄스는 “나는 한 번도 로의 이론대로 스윙한 적이 없다”며 깔아뭉갰다. MLB 코치와 선수들은 로와 윌리엄스의 이론을 주제로 숱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일본 야구에서도, 한국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강조하지만 ‘타격은 노답’이다.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잘 쓰는 김하성(왼쪽 사진). 오른손 타자인 그는 왼발을 높이 올렸다가 앞으로 내디디며 강한 추진력을 만든다. 체중을 충분히 타구에 싣는 것이다. 힙턴을 통해 얻는 에너지도 있지만, 하체 이동으로부터 얻는 파워가 더 클 때가 많다.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이정후(오른쪽 사진). 강한 허리 회전을 통해 좋은 타구를 만든다. 사진을 보면 엉덩이부터 허리까지 얼마나 유연하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회전력이 워낙 커서 오른발목이 꺽이기도 한다. 물론 하체 움직임을 통한 추진력도 얻는다.


배트가 아니라 엉덩이로 친다고?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을 ‘엉덩이 회전’,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체중 이동’으로 편의상 표현하겠다. 내가 이해하는 두 타법을 최대한 단순하게 설명하려 한다.

엉덩이 회전은 말 그대로 엉덩이와 허리를 돌리는 힘(회전력)을 극대화하는 타법이다. 이를 위해 스트라이드는 최소화한다. 배트를 잡은 두 손도 미리 론치 포지션(launch position)에 갖다 둔다. 그러니까 타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했다가 간결한 동작으로 타격하는 것이다. 힙턴으로 만든 회전력을 타구에 실어 보내는 거다.

엉덩이 회전은 주로 당겨치는 타자에게 유용하다. 윌리엄스가 자신의 책에 ‘엉덩이: 움직임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챕터를 쓴 이유다. 그는 “엉덩이를 살짝 당겼다가 돌리는 동작이 힘을 균형 있게 끌어내는 일과 직결된다”고 했다. 훌륭한 타자들은 예외 없이 엉덩이를 돌리는 동작이 좋았다는 거다.

윌리엄스는 ‘엉덩이가 모든 동작을 이끈다’는 챕터에서 엉덩이가 스윙의 추진력을 만든다고 다시 설명했다. 투구가 방망이에 맞으면 6~8인치(15~20㎝) 정도 붙어서 함께 움직이는데, 엉덩이가 투구를 향해 회전할 때 힘이 잘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몸을 충분히 연(엉덩이 회전이 이뤄진) 상태에서 손목을 돌리는 것이라고 윌리엄스는 주장한다. 그가 활약했던 시대 대부분의 전문가는 “윌리엄스는 손목으로 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임팩트 전 단계를 간과한 것이다.

이런 스윙의 경우 타구는 엉덩이가 회전하는 방향, 즉 오른손 타자라면 좌익수 방면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당겨치기 타격이 되기 때문에 타자의 회전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 장타 생산에 유리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타자 허리와 가까운 곳에서 임팩트가 이뤄지면 타구에 큰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회전축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엉덩이 회전이 이뤄지는 곳(오른발과 왼발 사이)에서 타격하면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다. 흔히 “히팅포인트가 뒤에 있다”고 말하는 타격이다. 루스와 윌리엄스의 타격이 이런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이었다.

윌리엄스는 1960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42세 나이에 타율 0.316을 기록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가 1969년 워싱턴 세너터스 감독을 맡아 타자들의 기량 향상을 이끌면서 윌리엄스의 이론은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루스의 타격, 윌리엄스의 설명에 누가 감히 토를 달까? 그러나 이들과 전혀 다르게 답하는 이들도 있었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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