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하PE “랩지노믹스는 K-진단의 美 진출 통로”
진단 데이터 기반으로 맞춤형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공략
[아시아경제 장효원 기자] “랩지노믹스는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 ‘K-진단기기’를 공급하는 플랫폼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진단에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19일 이종훈 루하프라이빗에쿼티(루하PE) 대표는 아시아경제와 만나 랩지노믹스 인수 후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날 루하PE의 특수목적법인(SPC) ‘루하갈락티코스’는 1227억원 규모의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마무리하고 랩지노믹스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2021년 루하PE를 설립한 이종훈 대표는 2011년부터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 등에서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를 거친 후 SV인베스트먼트에서 벤처펀드를 운용하며 다수의 바이오 기업 투자를 담당했다. 루하PE를 설립한 후에는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의 프리IPO에 약 2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직접 경영권까지 양수한 딜은 랩지노믹스가 처음이다.
이종훈 대표는 “바이오 업계를 리서치하고 실제 투자하면서 글로벌 최상급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을 다수 만났다”며 “기술만 있어서는 각 국가의 허가 및 인증, 의사의 신뢰 확보 등 여러 가지 허들을 넘어서기 힘든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좋은 국산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첫 번째 발걸음이 랩지노믹스 인수다. 랩지노믹스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으로 다양한 질환을 파악하는 유전체 분석 체외진단 기업이다. 루하PE가 랩지노믹스를 선택한 이유는 코로나19 면역진단키트로 단기에 실적이 급증한 회사들보다 랩지노믹스가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때 주목받은 진단기업들은 분자진단·면역진단·현장진단 등으로 외인성 바이러스를 체크하는 진단키트를 생산해 큰 돈을 벌었는데 이 같은 제품들은 기술력보다 대량 생산 등 산업적 요소가 성패를 좌우했다”며 “이 회사들은 코로나 이후 생산설비가 남아돌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랩지노믹스는 코로나19 시기에 분자진단 PCR 키트로 수익을 창출했지만 현장키트 제조가 주업인 회사는 아니다”라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서는 그보다 고차원적인 유전체 진단산업이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경우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가 인체에 있는지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와 달리 유전자 분석은 어떤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인간의 몸 안에 있는 수많은 유전자 중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암에 걸렸을 경우 여러 원인이 있는데, 어떤 유전자가 잘못됐는지 유전자 분석으로 파악한 후 표적 치료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치료율이 90%를 넘는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루하PE는 랩지노믹스를 통해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미국 체외진단 서비스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76조원 규모로 매년 3% 이상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랩지노믹스는 단일 제품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방식보다 미국 실험실표준인증연구실(클리아랩, CLIA Lab)을 인수해 국내 제품을 미국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클리아랩은 FDA의 인증을 받은 체외진단 테스트 제공 기관이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FDA 인허가 없이 미국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어 국내 제품의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루하PE는 랩지노믹스 제품뿐 아니라 다수의 역량 있는 국내 진단기업들의 제품들도 함께 미국에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미 엔젠바이오·지니너스·디엑솜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K-진단’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매출액 400억~500억원 규모에서 국내 제품들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클리아랩을 물색하고 있으며 2개가량은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인수자금은 1000억~12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랩지노믹스는 맞춤형 디지털헬스케어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조상 찾기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유전자 진단으로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찾는 서비스다. 꼭 건강을 위한 진단이 아닌 자신을 알고 싶은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만 해도 벌써 1조원 규모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랩지노믹스는 최근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와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TC)’ 공급 계약을 한 바 있다. 뱅크샐러드의 검사 서비스는 1년간 21만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개인별 인체의 특성을 데이터화할 수 있는 것은 진단에서 비롯된다”며 “랩지노믹스는 진단과 치료의 영역을 넘어 예방과 모니터링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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