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종합격투기 핵주먹' 은가누가 UFC 떠나고 활짝 웃는 이유

김식 2023. 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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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의 핵주먹’으로 불렸던 프란시스 은가누(37·카메룬/프랑스)가 미국 종합격투기 UFC를 떠났다. 그가 보유했던 UFC 헤비급 챔피언벨트는 계약 종료로 박탈됐다. 현역 챔피언이 재계약 실패로 타이틀을 강제로 잃게 된 것은 UFC 역사상 처음이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은가누와의 방출을 공식 발표했다. 화이트 회장은 “우리는 은가누에게 브록 레스너를 포함해 역대 헤비급 사상 최고의 대전료를 제안했지만, 그가 계약을 거절했다”며 ”UFC에 있기 싫은 선수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UFC를 떠난 은가누는 프로복싱으로부터 강한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화이트 회장은 그동안 은가누 대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미국)와 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은가누와 재계약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오는 3월 둘의 빅매치가 펼쳐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은가누가 UFC를 떠나면서 은가누 대 존스의 대결도 무산됐다. UFC는 대신 존스의 상대로 전 헤비급 잠정 챔피언 시릴 가네(프랑스)를 점찍었다. 오는 3월 열릴 이 경기 승자가 은가누의 챔피언 벨트를 대신 차지하게 된다.

화이트 회장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은가누가 존스의 대결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했다는 뉘앙스를 계속 풍겼다. 그는 ”은가누의 존스의 헤비급 타이틀전이 여러 번 추진됐다”며 “존스는 헤비급 누구하고든 싸울 준비가 돼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은가누는 UFC 발표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사흘이 지난 18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UFC가 돈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돈이 조건의 일부였지만 전부는 아니었다”며 “다른 조건들이 있었고 UFC는 그걸 절대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UFC가 은가누에게 제시한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경기당 800만 달러(98억원) 이상을 약속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이자 현재 프로레슬러로 활동 중인 레스너가 2016년 7월 UFC 200에서 5년 공백을 깨고 복귀할 때 받았던 대전료가 바로 800만 달러였다. 이 금액은 기본 대전료(250만 달러)에 유료채널(PPV) 및 스폰서 수입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하지만 은가누는 자신이 UFC 제안을 거절한 것이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UFC는 내가 요구한 것을 들어주지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우린 그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지 않아’라고 답했다”고 털어놓았다.

은가누가 UFC에 요구한 조건은 자신은 물론 모든 UFC 선수들의 건강보험, 그리고 선수들 입장을 대변할 변호사의 UFC 이사회 포함 등이었다. UFC 선수들의 권익을 증진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UFC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 은가누의 주장이다.

은가누는 “모든 파이터를 위해 이런 것을 요구했지만 안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협상 도중 어느 시점에 가선 UFC가 돈으로 내 뺨을 후려치면서 ‘돈이나 받고 입 닥쳐라’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속내를 밝혔다.

화이트 회장이 ‘존스와 대결을 두려워해 UFC를 떠났다’는 뉘앙스로 비난을 한 것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은가누는 “그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난 UFC에 3경기를 요구했는데 그중 2경기가 존스와 경기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난 어떤 말을 들어도 대미지를 받지 않는다”며 “나는 살면서 그보다 훨씬 심한 말도 들었지만 지금 멀쩡히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은가누는 그의 말대로 UFC를 떠나도 큰 타격이 없다. 오히려 훨씬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은가누는 UFC에서 활동하면서 경기당 60만 달러(7억원)를 대전료로 받았다. 은가누의 이름값이나 기량에 비하면 초라한 액수임에 틀림없다. 미국 현지 언론에선 은가누가 프로복싱으로 전향해 타이슨 퓨리나 앤서니 조슈아 같은 헤비급 챔피언들과 대결하면 경기당 최소 5000만 달러(600억원) 이상 벌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2017년 당시 UFC 챔피언이었던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가 프로복싱 무패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 복싱 대결을 펼쳤을 때 받은 기본 대전료는 1억 달러(1200억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PPV 및 입장 수입, 스폰서 보너스를 포함하면 수입이 2억7500만 달러(3400억원)가 넘을 것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2021년 6월에 열린 메이웨더 주니어 대 유명 유튜버인 로건 폴(미국)의 8라운드 복싱 시범경기 때 폴이 가져간 대전료는 2000만 달러가 넘었다. 그는 전문 프로복서도 아니었다. 15년 만에 링에 올라 2020년 11월 복싱 시범경기를 치렀던 마이크 타이슨도 겨우 16분 경기를 치르고 1000만 달러를 받았다. 헤비급 빅매치에 대한 목마름이 강한 프로복싱계는 언제든 은가누는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프로복싱이 아니더라도 UFC 라이벌 단체인 PFL, 벨라토르 등도 은가누의 영입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은가누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가족모임 사진에는 그의 어머니가 PFL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은가누는 “어머니가 그 티셔츠를 입고 있는 줄 몰랐다. 어디서 그 티셔츠가 나왔는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은가누가 프로복싱과 함께 UFC가 아닌 타 단체에서 격투기를 병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FC는 은가누와 결별을 통해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 UFC는 ”자신들이 은가누를 방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은가누와 계약이 지난해 12월 이미 공식적으로 끝난 상태였다. UFC는 슈퍼스타로 떠오른 은가누의 빈자리를 누군가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당장 대체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악동’ 맥그리거는 언제 복귀할지 아직 갈피를 잡기 어렵다. 최근 연패로 예전만큼의 기량을 보여줄지도 미지수다.

그나마 화이트 대표가 믿을 구석은 헤비급 데뷔전을 앞둔 존스다.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시절 ‘가장 완벽한 파이터’라는 평가를 받으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던 존스는 헤비급 데뷔전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치르게 된다.

UFC 챔피언벨트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은가누. AFP=연합뉴스


하지만 존스가 헤비급에서 얼마나 강력한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게다가 음주운전, 폭행, 금지약물 등 수많은 구설수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헤비급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더라도 팬들로부터 환영을 받기 힘들다. UFC로선 은가누를 놓친 뒤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속은 많이 쓰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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