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앞서 '내부통합' 위한 與 전당대회 돼야 [기자수첩-정치]
3·8 전당대회 앞두고 나경원과 분열 조짐
2016년 총선 당시 '진박 파동'과 같은 결과
없으려면 당내 통합 통한 단일대호 갖춰야
국민의힘이 위기다. 어렵게 정권을 획득하고서 위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당이 통합이 아닌 분열의 길로 가고 있어서다. 지금 나오는 분열의 위기는 전당대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정치권에선 이 위기가 2024년 총선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즉, 섣부른 이 위기는 통합하지 못하는 전당대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힘이 분열로 위기를 마주했던 사례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 총선을 일주일을 앞둔 4월 4~5일 당시 데일리안이 알앤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 민주당'의 전체 지지율은 36.2% 대 20.4%였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며 122석의 새누리당을 한 석 차이로 눌렀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당시 새누리당을 휩쓸었던 '진박 논란'으로 촉발된 내부 분열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당시 새누리당은 앞날, 정책, 현실 등 시민과 유권자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논의가 모두 사라진 채 '친박', '진박', '비박', '멀박', '탈박', '반박' 등 대통령을 위시한 신조어들을 쏟아내면서 일방적인 '진박' 공천이 문제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이후 지속됐던 사당화 논란이 이재오·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로 이어지면서 당이 분열했던 점도 선거에서 대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2012년 19대 총선으로 눈을 돌려보자. 당시에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위기에 빠져 있었다. 당시 야권은 정권 말기였던 이명박(MB) 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2011년 10월에 열린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만들어내며 승리를 거뒀다. 이 기세를 몰아 당시 민주당을 이끌었던 손학규 대표는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을 '민주통합당'을 만들었고, 한명숙 전 총리를 대표로 뽑으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로 19대 총선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실제 총선 성적은 약세가 예상됐던 새누리당이 152석을 가져가며 127석을 확보하는데 그친 민주통합당에 압승을 거뒀다. 이 역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 결과지만, 가장 주요했던 원인은 당시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보수권의 통합과정이다. 2011년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은 비대위원장으로 박근혜(전 대통령)를 추대했다. 당시 박 비대위원장은 당시 야권 인사로 분류됐던 김종인(전 비대위원장)과 당시 26살의 청년이었던 이준석(전 대표)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다. 한나라당이던 당명이 새누리당으로 바뀐 것도 이때다.
당시 쇄신을 기치로 내걸었던 새누리당은 소위 친이계로 분류된 후보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무성 전 대표다. 그럼에도 당시 김 전 대표는 총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당내 불만이 있는 친이계 낙천자들을 설득시키는 아량을 보여줬고, 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2013년 재보궐 선거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시계를 돌려 다시 2023년 현재로 돌아와보자. 3월8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사뭇 '20대 총선'을 떠올리게 한다. 2016년 당시와 달라진 점은 '진박'이 아닌 '윤심'이 키워드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이들은 하나 같이 '윤심'을 입에 올리고 있다.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쥐게 될 당대표가 될 것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발을 맞춘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즉, 통합이 '윤심'이어도 좋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당이 '통합'하는 모습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윤심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는 그 모습이 통합이 아닌 분열로 가고 있어서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되는 과정에서 소위 '친윤(親尹)'그룹과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분열의 길을 걷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의 모습은 여론에 동정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의 사태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그들을 품고 통합의 길을 걸으면서 함께 나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열과 갈라치기로 당의 소중한 인재들을 내쳐야만 하는 현재 국민의힘의 모습에 과연 어떤 국민이 박수를 쳐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 승리를 다짐하면서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그러기 위해 중도층과 수도권의 유권자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방법론까지 이미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처럼 당내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모습으로 나서게 된다면 유권자의 표를 당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 총선을 이끌게 될 올해 전대는 국민의힘의 미래를 가를 수 있을 중요한 이벤트다. 전 국민이 전대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고, 이는 2024년 총선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정말로 총선 승리를 통한 국민통합을 염원하고 있다면, 2016년이 아닌 2012년에 이뤄냈던 통합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꼭 다시 읽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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