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긴축 우려에 일제히 하락…나스닥 0.96%↓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9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52.40포인트(0.76%) 떨어진 3만3044.5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0.01포인트(0.76%) 낮은 3898.8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4.74포인트(0.96%) 하락한 1만852.27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업종별로 S&P500 지수 내 에너지,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주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로블록스는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며 전장 대비 6.57% 내렸다.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라인은 올해 1분기뿐 아니라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순손실을 예고하며 4.83% 밀렸다. 알코아, 노던 트러스트는 부진한 실적으로 각각 7.35%, 8.6% 하락했다. 이날은 장 마감 후 넷플릭스와 트루이스트 파이낸셜이 실적을 발표한다.
투자자들은 이날 Fed 당국자와 월가 경영진들의 발언, Fed의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 경제지표 등을 주시했다.
1월31~2월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Fed 당국자들은 연일 매파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은 이날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 행사에 참석해 최근 지표상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도 Fed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더 많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코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완화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며 "긴축 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한동안 데이터에 따라 금리 인상속도는 늦출 것으로 본다"면서도 "5%를 약간 웃도는 수준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이후에도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안정과 관련해 "해야할 일이 많다"면서도 "심각한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낙관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전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 지표 완화 추세에도 5.25% 이상의 최종금리를 제시한 데 이어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자칫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 완화로 인해 투자자들이 Fed의 정책 기조를 오인하지 않도록 시장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며, 앞서 Fed가 12월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올해 말 예상금리는 5.0∼5.25%(중앙값 5.1%)다.
월가에서도 인플레이션과 Fed의 행보를 둘러싼 발언들이 이어졌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금리는 5%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며 "기저 인플레이션이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다이먼 CEO는 미국이 가벼운 경기침체를 겪을 경우 금리가 6%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최근 지표상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확인되는 것에 대해서도 유가 하락, 중국의 경기 둔화 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시장의 예상처럼 Fed가 2월과 3월 FOMC에서 각각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이후 인상행보를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2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6% 이상 반영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1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한 소매판매 지표에 이어 이날 공개된 부동산 시장 지표도 침체 우려에 힘을 더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1.4% 감소한 연율 138만2000채를 기록했다. 4개월 감소세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1.8% 줄었다. 또한 작년 연간 신규 주택 착공 건수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와 잇따른 기업 감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간 실업자는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월 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만5000건 줄어든 것으로 작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가 전망치(21만4000건)도 하회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팬데믹 이후 대규모 해고 등에도 노동시장은 여전히 뜨겁다"며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추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과열부터 식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긴축 우려가 강화하며 상승했다.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 3.4% 안팎에서 움직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1%선을 돌파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국채금리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통상 경기침체 전조현상으로 평가된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데이비드 도나베디안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과 전 세계 각국에 완만한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진단했다.
달러는 소폭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02선까지 내렸다.
이밖에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이날자 한도에 도달하며 재무부는 특별조치 시행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잠재적 디폴트 우려가 경제성장, 채권시장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특별조치로 당장 의회 내 협상 시간은 벌었지만,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백악관과 공화당의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어 전망은 밝지 않다. 앞서 2011년에는 의회 대치가 극에 달하며 미국 신용등급 하락, 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브래드 맥밀란 최고투자책임자는 "의회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도 디폴트 외 옵션이 존재한다"며 시한인 6월 이전에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다.
유가는 중국 춘제를 앞두고 원유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85센트(1.07%) 오른 배럴당 80.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12월1일 이후 최고치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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