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는 왜 ‘소녀 리버스’에 뛰어들었나
김혜선 2023. 1. 20. 06:40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왜 ‘버추얼 아이돌’을 선택했을까.
카카오엔터의 오리지널 예능 ‘소녀 리버스’ 얘기다. 지난 2일 공개된 ‘소녀 리버스’는 30명의 K팝 걸그룹 멤버가 실제 모습을 숨기고, 버추얼 캐릭터를 메인으로 내세워 경합하는 내용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최종 5명의 데뷔 멤버로 선정되면 이후에도 자신의 캐릭터로 음원 활동을 벌인다.
‘소녀 리버스’ 이전에도 TV조선 ‘아바드림’, MBN ‘아바타싱어’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래픽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결국 모두 묻힌 콘텐츠가 됐다. 엔터사에서 기획하는 일반적인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과 달리, 어색한 캐릭터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시청자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소녀 리버스’는 그런 면에서 서브컬처의 문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고들었다. 기존 버추얼 아이돌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점은 캐릭터 디자인이다. ‘소녀 리버스’의 아바타는 현실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지 않고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눈, 고양이 귀, 발그레한 볼까지 2D 만화 캐릭터 디자인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전세계에 흩어진 버추얼 캐릭터 디자이너를 컨택하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느라 프로그램 방송 일정까지 늦췄다.
하지만 서브컬처 업계에서 유명한 ‘버튜버’(버추얼+유튜버)와는 명확하게 거리를 뒀다. 버튜버들은 명확한 세계관 속에 캐릭터 콘셉트에 따라 움직이기에, 버튜버 팬층은 캐릭터 뒤 사람을 ‘빨간약’(영화 ‘매트릭스’에서 현실을 알게 해주는 약)이라고 부르며 알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런데 ‘소녀 리버스’는 1화부터 VR기기를 착용하고 활동하는 아이돌을 비춘다. 버튜버 아이돌은 캐릭터 뒤에 숨겨진 실제 사람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깬 것이다.
◇카카오엔터의 노림수 ‘아이돌 IP 파워’
카카오엔터가 굳이 서브컬처에 잠겨 있던 버튜버를 아이돌 데뷔 프로그램으로 양지화시킨 이유는 ‘아이돌 IP’ 파워의 위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의 주요 사업 중 가장 매출액 비중이 큰 분야는 ‘뮤직’ 사업이다. 뮤직사업은 크게 음원 제작·유통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나뉘는데, 카카오엔터는 아이유, 몬스타엑스, 아이브 등 아이돌 그룹에서 K팝 아이돌 IP의 성장 가능성을 목격했다.
실제로 카카오엔터의 모회사 카카오의 2022년 3분기 실적보고서(연결 기준)에 따르면 콘텐츠 분야에서 뮤직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였으며 매출액은 2502억원으로 직전 분기의 2093억원과 비교해 20% 수직상승했다. 카카오는 실적보고서에 뮤직 부문 성장 이유로 “자사 아티스트들의 음원, 음반 판매 호조와 콘서트 및 해외 활동 성과에 따라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음원 스트리밍 1위를 지켜오던 멜론은 점차 유튜브 뮤직에 파이를 빼앗기고 있다. 와이즈앱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 유튜브 뮤직 이용자는 459만명으로 멜론(454만명)을 제쳤다.
결국 카카오엔터의 ‘소녀 리버스’는 단순히 버튜버 팬층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데뷔’를 통한 아이돌 IP확보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한 참가자가 “다이어트나 화장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다”고 말한 것처럼,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발굴-연습-데뷔로 이어지는 현실 아이돌에 비해 들이는 투자금이 적다. 기업 입장에서 분명한 이점이다. 여기에 기존 K팝 아이돌을 본체로 내세우면서 가창력 문제도 단번에 해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아이돌의 브랜드가치는 사인회, 콘서트 등 팬서비스에 있는데 일반 버추얼 아이돌은 팬과의 상호 인터렉션이 약해서 팬덤 확보가 어렵다”며 “에스파나 ‘소녀 리버스’같이 실제 아이돌이 있는 상황에서 메타버스 캐릭터를 내세우는 아이돌은 ‘투 트랙’ 전략으로 보인다. 일종의 절충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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