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패’ 이기영, 동거녀 살해전 ‘먹으면 죽는 농약’ 검색”

권남영 2023. 1. 2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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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아파트 매매계약서 위조 시도
허위 사업체 만들어 코로나 지원금 1000만원 타내
심리분석 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재범 위험 높음”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지난 4일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6일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는 이기영.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동거 여성과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19일 구속기소된 이기영(32)이 전 여자친구였던 동거녀를 살해하기 전 인터넷에 ‘먹으면 죽는 농약’ 등을 검색해보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성향은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

이씨는 지난해 8월 3일 오후쯤 경기 파주시 주거지에서 동거녀이자 집주인이던 A씨(50)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을 빼앗을 목적으로 둔기로 A씨의 머리를 10여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튿날 A씨의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씨는 동거녀 살해 전 ‘먹으면 죽는 농약’ ‘제초제’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휴대전화 잠금해제 방법’도 알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직후에는 ‘파주 변사체’ ‘공릉천 물 흐름’ 등을 검색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금전을 목적으로 저지른 계획적 살인 범행’으로 판단했다. 다만 실제로 독극물을 구입하진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또 A씨를 살해한 뒤 A씨 휴대전화의 유심을 빼내 자신의 휴대폰에 끼워넣어 잠금해제를 시도했고, ATM을 이용해 피해자 계좌에서 8000여만원에 달하는 잔액을 전부 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A씨 명의의 아파트를 빼돌리기 위해 매매계약서를 위조(사문서위조행사)해 매도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이를 이용해 1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택시기사 사건에서만 적용됐던 ‘강도살인’ 혐의가 동거녀 사건에도 적용됐다. 그러나 이씨는 여전히 둔기를 집어던졌더니 동거녀가 사망한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강도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의 2018년 결혼식 당시 모습. 오른쪽 사진은 25일 고양시의 한 식당에서 처음 본 남성들과 식사하며 대화하는 이기영. MBC 보도화면 캡처


이씨는 동거녀 살해 4개월여 뒤인 지난해 12월 20일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택시기사 B씨(59)를 집으로 유인해 둔기로 B씨의 이마를 두 차례 내리쳐 살해하고 옷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금전적인 목적 외에 음주운전 누범인 이씨가 경찰에 신고당할 경우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이씨는 살인 범행과 시신을 유기하고 숨긴 것 말고도 피해자들의 명의를 이용해 총 1억3000여만원의 돈을 편취하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피해자들 행세를 하기도 했다.

A씨 살인 이후인 지난해 8월 3일부터 10월 26일까지 36차례에 걸쳐 A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3930만6682원을 이체하거나 결제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도 받는다. 또 지난해 8월 12일부터 9월 22일 사이 A씨 명의의 체크카드로 95차례에 걸쳐 4193만5840원을 결제한 혐의(사기 및 여신전문금융법 위반)도 확인됐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살인 범행 이후 지난해 11월 13일까지 A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이용해 지인 등에게 92차례에 걸쳐 메시지를 보낸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도 받고 있다.

B씨 살해 후 지난해 12월 21~24일 B씨 명의의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고 6차례에 걸쳐 4788만1732원을 자신에게 이체한 혐의도 있다. 같은달 22∼23일 B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5차례에 걸쳐 물품을 구입하면서 769만1000원을 결제했으며, 22∼25일에는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마치 자신이 B씨인 것처럼 가족에게 132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를 통해 B씨의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하는 것을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A씨의 경우에는 ‘연락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변에 보내 A씨가 사회적 관계망에서 자연스럽게 ‘증발’하도록 해 국가 형사사법작용 무력화를 기도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기영은 두 건의 살인사건 외에 허위 사업체를 만들어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지원금 1000만원을 부정하게 타내기도 했다.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과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가 피해자 유무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관리 중인 미제사건 DNA와 일치하는 내역이 없으며, 이기영이 출소한 이후인 2021년 6월 10일 이후 발생한 미제실종 사건 중 관련성 있는 사건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까지 추가로 의심되는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기영은 자기중심성, 반사회성이 특징이고 본인의 이득이나 순간적인 욕구에 따라 즉흥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감정과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사이코패스’ 성향이 관찰됐다. 또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돼 검찰은 이기영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전담수사팀(팀장 형사2부장 정보영)은 강도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확보됐으나,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면서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담수사팀을 통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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