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vs 저조…공모주 청약 ‘이것’이 희비 갈랐나
“반등세 예상되는 하반기에 공격적 공모 참여 기대”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새해 들어 기업공개(IPO)를 위해 공모에 나선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심리가 위축돼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 기업도 나왔다. 증시 부진의 여파로 IPO 시장도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옥석 가리기'가 더욱 깐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올해 첫 공모주 청약에 나섰던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기업 '티이엠씨'의 청약경쟁률이 0.81대1에 그쳤다.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나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를 제외하고 일반 기업의 청약이 미달한 것은 2019년 10월(지누스) 이후 약 2년3개월 만이다. 티이엠씨는 희망 공모가액 구간을 3만2000~3만8000원으로 제시했지만, 청약 물량의 77%가 '3만2000원 미만' 가격에 분포됐다. 결국 수요가 미달되면서 최종 공모가는 희망구간보다 낮은 2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16~17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마케팅·데이터·인공지능 기술 전문기업 '오브젠'의 청약 경쟁률도 저조했다. 오브젠 역시 시장에서 부담스런 희망 공모가가 걸림돌이 됐다. 오브젠 측은 희망 공모가액 구간으로 1만8000~2만4000원을 제시했지만, 해당 구간을 포함한 상위 가격에 신청된 청약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전체 신청 물량의 87%가 1만8000원 미만에 쏠렸고, 최종 공모가는 결국 희망구간의 가장 낮은 금액인 1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미달은 피했지만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5.97대1)에 그쳤다.
이들처럼 시장 수요와 동떨어진 희망 공모가액으로 외면받은 것과 달리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수요예측을 통과한 기업도 있다. 티이엠씨와 같은 날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알루미늄 소재 자동차·선박 부품 제조사 '한주라이트메탈'의 청약 경쟁률은 565.18대1에 이르렀다. 신청 물량의 약 90%가 업체의 희망 공모가액 구간(2700~3100원)에 들어왔고, 최종 공모가는 제시된 구간의 가장 높은 가격인 3100원에 확정됐다. 오브젠과 동시에 청약을 진행한 반도체 유통기업 '미래반도체'도 938.26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희망 구간의 최고가(6000원)로 공모가가 책정됐다.
결국 핵심은 공모가였다. 연간 IPO 시장 공모 규모는 2021년 20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6조1000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대폭 줄어든 6조1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각국의 긴축정책 탓에 넘쳐나던 돈의 씨가 마르면서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냉각기가 찾아왔다'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 자릿수의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종목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까닭에 옥석 가리기도 더욱 깐깐하게 이뤄지고 있다. 저금리 투자 활황기가 저문 시점인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은 더욱 냉정해지고 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을 때는 청약 기관이 공모가를 부풀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업가치를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분위기다. 기업도 공모가를 정확하게 제시해야 수요예측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스튜디오미르재단, 오아시스, 카카오엔터 등 예비 유망주에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쏠리는 이유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대외 변수의 향방, 그에 따른 증시의 반등 가능성이 IPO 시장으로 직결돼 어느 해보다 예측하기 어렵고, 그만큼 재미있는 시장이 기대된다"며 "선수(예비 상장기업)들은 넘치는데, 침체된 시장이 얼마나 되살아나 IPO 시장도 활기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공모 시장 자체의 화려한 부활은 어려울 수 있으나, 전반적인 반등세가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공격적인 공모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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