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정치학]총선 앞두고 더 궁금한 MB·朴 목소리

류정민 2023. 1.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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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대통령 자택, '달성군·논현동'
MB 사저, 이명박정부 실세 인사 오가
朴 사저, 유영하 변호사 이외 출입 자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윤슬기 기자]

편집자주 - 해마다 새해가 되면 정치 지도자 자택은 방문객으로 붐빈다. 계파정치 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그곳에 한국정치의 주역들이 모여들었다. 자택이 속한 지역은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돼서 정치의 한 축을 이뤘다. 동교동과 상도동, 봉하마을, 평산마을 그리고 달성군과 논현동 등 전직 대통령 주거지를 중심으로 ‘사저 정치학’을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기도하면서 역할을 하겠다.”

2022년 12월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명박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이런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과 이재오 전 의원 등 이명박(MB) 정부 핵심 인사가 논현동에 집결했다.

정치인 언어는 함의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번영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다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MB와 통화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역할을 해주시라”고 요청했다. 이른바 MB계는 검찰 출신 인사들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주축이다.

권 의원을 포함해 여당의 실세 그룹에도 MB계 출신이 포진하고 있다. MB 사저가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정치 진지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 MB계는 보수정당에서 거대한 계파를 구성한 바 있지만, 그것도 과거의 얘기다.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동교동계, 상도동계 같은 하나의 정치 결사체로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2년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MB사저 방문은) 윤 대통령 중심으로 한 범여권, 보수 진영 결집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면서 “(MB가) 정치 일선에 나선다는 건 과도한 해석이자 정치적 상상력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사면복권이 됐지만, 새로운 정치의 축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여권 역학구도 변화와 맞물려 논현동 사저 방문이 정치 메시지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다.

국민의힘 유력 인사들이 논현동 사저를 방문해 MB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노출될 경우 그 자체로 정치적인 해석이 뒤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거셀수록 논현동 사저의 정치적인 의미는 더 커질 수 있다.

MB가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건강상 문제 때문에 논현동 사저 방문객은 제한되겠지만, 건강이 회복될 경우 여당 인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MB와는 사정이 다르다. 2021년 12월24일 사면 복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건강 문제가 변수다. 대선을 앞두고 특사로 나오자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 팬덤을 고려할 때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만한 행보는 극도로 자제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을 제외한다면 대외 노출 자체를 꺼리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군 사저에 거주하고 있다. 달성군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정치적인 고향이다. 달성군 사저는 논현동 사저와는 다른 모습이다.

논현동 사저에 MB계 인사들이 드나드는 것과 달리 달성군 사저에 정치인들이 발걸음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유영하 변호사를 제외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박심(朴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앞으로도 박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영향을 줄 만한 메시지를 내거나 어떤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논현동 사저처럼 달성군 사저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메시지로 활용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건강이 회복될 경우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를 비롯해 여권 정치인들이 달성군 사저를 찾을 수도 있다. 그들이 전언 형식으로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알린다면 그 자체로 정치적인 해석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본의와 무관하게 여의도 정가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질 여러 상황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유영하 변호사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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