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저희는 바빠요”...은행 전산센터, 사수하는 사람들
비상근무 직원들, 방재부터 보안·해킹 예방까지
보람·자긍심·성취감으로 설 연휴 아쉬움 달래
디지털 금융이 보편화 되면서 모바일뱅킹은 이제 365일 24시간 필요한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설 명절 업무가 바쁘거나 해외여행에 나서는 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가족이나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리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이런 금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설 명절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40세의 장OO 운영셀장은 인천 청라에 위치한 하나금융그룹의 통합데이터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다. 금융사의 전산센터는 보안이 중요시되는 곳으로 부득이하게 성명을 익명처리 했다. 그가 근무하는 통합데이터센터는 하나은행‧하나카드 등 하나금융의 13개 관계사 IT인프라가 모여있는 디지털 금융의 핵심 장소다. 그는 오는 설 명절에도 데이터센터의 정상 운영을 사수하기 위해 비상근무에 나선다.
장 셀장과 함께 설 명절 데이터센터 유지를 위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인원만 총 134명에 달한다. 이들은 설 명절 가족 대신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차질 없는 금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근무를 계속한다.
장 셀장은 “설 연휴에도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 뱅킹 서비스는 모두 정상 운영된다”며 “이를 위해 설 연휴기간 데이터센터 운영에 48명, 종합상황실이나 그룹통합보안관제센터, 프로젝트 대응에 86명, 총 134명이 비상근무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설 명절 간 데이터센터 유지를 위해 맡아야 하는 업무는 다양하다. 카카오 전산센터 화재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재 업무부터 해킹 예방까지 비상근무 인원들이 담당해야 한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긴급 상황 발생 시에도 안정적인 운영과 비상 대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 주요 설비를 모니터링하고, 화재‧누수‧정전 점검부터, 통제구역 및 제한구역 보안 업무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종합상황실과 그룹통합보안관제센터에서는 평상 시와 동일하게 시스템 모니터링, 해킹 등 침해사고 예방을 위한 관제 업무를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해킹 예방은 언제나 방심할 수 없는 업무 중 하나다. 설명을 들어보면 통합데이터센터에 위치한 보안관제센터에서 감지하는 이상흐름은 하루 20만건이 넘어간다. 이 가운데 약 5만건가량이 심각한 수준 보안 이슈로 분류되고, 실제 공격으로 판정해 대응하는 건수도 200여건에 달한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비상근무에 나서야 하는 장 셀장에게도 가족은 있다. 그는 교대근무를 통해 가족과 짧지만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자긍심으로 설 명절을 버텨낼 계획이다.
장 셀장은 “설 연휴에는 교대 근무하는 방식으로 근무하지 않는 시간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있다”면서 “아쉬움보다는 고객과 회사의 핵심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인프라지원부서에서 근무하는 김OO 과장도 이번 설 연휴 비상근무에 나선다. 평소에도 24시간 돌아가는 전산센터 유지를 위해 이번 설 연휴에는 그를 포함해 총 240여명이 근무에 나설 예정이다.
김 과장은 “통합관제실에서 UPS(무정전전원장치), 배터리, 항온항습기 등 전산설비 전반의 이상유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조치가 가능하도록 비상대응 체계를 상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도 설 명절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에 아쉬움은 있다. 다만 그도 자신이 하는 업무에서 느끼는 보람으로 아쉬움을 이겨낸다.
김 과장은 “설 연휴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건 아쉬운 점이긴 하다”면서도 “고객에게 끊임없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회사나 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중요한 업무라고 인정해주어 더 큰 성취감을 갖고 있다”며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외롭지 않은 연휴를 보낼것 같다”고 밝게 대답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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