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금수저 논란 때문?…홍준표·나경원 오래된 악연

이지은 2023. 1.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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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나경원 배우자 비판에 갈등 증폭
20년 가까운 정치 인연인데 감정 싸움
성장 과정과 배경의 차이도 갈등 요인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오로지 출세 욕망으로 부창부수" (홍준표 대구시장)

"그 발언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셔야 할 것." (나경원 전 의원 측)

여당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과 여당 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간의 설전이 뜨겁다. 정작 전당대회에서 나 전 의원과 경쟁할 이들은 '연대'를 시사하며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홍 시장의 나 전 의원 비판은 그가 당의 원로이자 고문임을 고려해도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하기 힘들다. 이는 10년 넘게 이어져 온 둘의 '악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0년 전당대회서 첫 경쟁

홍 시장과 나 전 의원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경쟁의 대상이었다. 당시 나 전 의원은 여성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전당대회서 3위를 차지하며 최고위원 자리를 자력으로 꿰찼다. 홍 시장은 당시 안상수 의원과의 경쟁 끝에 2위를 기록하며 최고위원직을 차지했다. 나 전 의원이 '민심'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위협적인 '정치 신성'으로 떠올랐지만, 그때는 둘 사이에 눈에 띄는 충돌은 없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1년 뒤에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였다. 당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파문으로 오세훈 전 시장이 물러나면서, 당시 사퇴한 안 대표의 뒤를 이어 당시 대표를 맡고 있었던 홍 시장은 나 전 의원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것을 강권했다.

하지만 '1억 피부과' 의혹이 터지면서 그는 범야권 후보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했다. 홍 시장은 이때 나 전 의원의 의혹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것이 패배를 불러왔다고 여겼다. 홍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디도스 사태' 까지 겹치며 결국 그해 말 대표직을 내려놓게 된다.

朴 탄핵 이후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둘의 관계는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홍 시장은 2017년 대선 패배 두 달만인 7월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됐는데, 그때 나 전 의원이 '비홍'계 의원들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 해 12월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나 전 의원이 '홍준표 사당화'를 비판하자, 홍 시장은 "박근혜 사당 밑에서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홍준표 사당화’ 운운"한다며 맞받아쳤다. 결국 원내대표는 '친홍'계 김성태 의원이 당선됐지만, 나 전 의원은 '반홍(反洪)'계 중진들과 힘을 모아 당의 민주적 운영을 공개 요청하는 등 홍 시장과 각을 세웠다.

2018년 나 전 의원의 모친상에 당 대표였던 홍 시장이 조문을 오지 않은 것이 라디오를 통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악연은 또다시 주목받았다. 나 전 의원은 당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홍 대표가 알면서도 문상을 안 왔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해 6·13 지방선거 패배로 홍 시장은 자유한국당 대표직을 사퇴했지만, 나 전 의원은 같은 해 12월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된다.

2019년에도 그들의 악연은 이어졌다. 홍 시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의 책임을 원내대표인 나 전 의원에게 돌리며 "전투에 실패한 장수는 전쟁 중에 참수하기도 한다"며 사퇴를 종용했고, 민경욱 의원은 이에 "내부총질"이라고 비판하며 맞섰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전 의원의 '원정출산' 의혹이 제기되자 당 내에서는 처음으로 "아들 국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흙수저 자처하는 홍준표, 금수저 평가받는 나경원

2021년 초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앞두고 홍 시장과 만나 쌓인 앙금을 털어내기도 했지만, 정작 10년 전 서울시장 선거의 책임을 "결자해지" 하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아 여전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두 사람의 엇박자가 쉽사리 고쳐지기 힘든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두 사람의 악연은 정치적인 이해관계 차이 뿐 아니라 감정적 원인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흙수저'로 칭하는 홍 시장은 '금수저'로 평가받는 나 전 의원을 향한 반감을 최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17년 5월 탄핵 대선에서 총알받이로 나갔다가 받았던 온갖 수모와 조롱,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구태들로부터 받았던 온갖 수모와 조롱, 그 모든 것을 보수정권 창출과 새정권의 안정을 위해 그동안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금수저 출신들이 또 다시 위선과 내부 흔들기로 자기 입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고 내 생각을 가감없이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SNS서는 "나는 금수저 출신들이 온갖 비리는 다 저지르면서 혼자 품격이 있는 척하는 위선이 참 싫다. 못 가진 자가 부자가 될려고 노력은 하지 않고 증오만으로 세상을 바라 보는 것도 싫지만, 가진자들이 홀로 고고한 척 하면서 위선으로 세상을 농단하는게 더 싫다"고 주장했다.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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