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새 나무가 노랗게... 설에 진심인 베트남

이나영 2023. 1. 2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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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설을 맞이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풍습 때문이다.

 그래서 설을 앞두고 2~3주 전부터 화원은 1년 중 가장 대목인 시기를 맞아 꽃나무와 과일나무가 가득하다.

화려한 꽃나무와 열매가 달린 금귤 나무를 싣고 달리는 차와 오토바이도 많이 보이는데,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로 많이 주고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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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차 교민의 눈으로 본 베트남의 재밌는 설 이야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나영 기자]

 호치민에서 노란 꽃나무는 재물과 복을 상징한다
ⓒ 이나영
 
매년 이맘때 호치민의 거리는 꽃으로 물든다. 설을 맞이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풍습 때문이다.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설이면 집집마다 꽃으로 장식을 한다. 특히 남부지방인 호치민은 '호아마이(Hoa Mai)'라고 불리우는 노란색 매화꽃으로 장식을 한다. 노란색은 '금'을 상징하므로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기도 하고,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노란색에 담긴 의미
 
 노란 꽃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기위해 아오자이를 차려입은 호치민 시민들
ⓒ 이나영
재미있는 건, 노란색 매화꽃나무로 화려하게 장식을 하는데 진짜 꽃나무가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멀쩡한 나뭇가지에 가짜꽃을 달아 노란색 꽃으로 뒤덮인 꽃나무를 만들기도 한다.
처음 호치민에 살러 왔는데 아파트에 서 있는 나무가 하룻밤 새 노란 꽃나무로 변신을 해서 깜짝 놀랐었다. 알고보니 조화 한 송이 한 송이를 나무에 붙여 만들어낸 가짜 꽃나무였다. 그 정성이 참 대단하다.
 
 가짜꽃으로 장식한 베트남의 설맞이 꽃나무
ⓒ 이나영
 
매화꽃 뿐만 아니라 노란색 국화로도 장식을 한다. 또한, 노란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금귤 나무, 오렌지나 자몽나무도 화원에 줄지어 서 있다. 노란색 열매는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에 사업이 번창하고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사무실이나 가게에 장식을 하는 것이다.
 
 노란꽃이 가득한 호치민의 화원풍경
ⓒ 이나영
 
 베트남의 설을 준비하기 위해 화원은 대목을 맞이한다
ⓒ 이나영
 
그래서 설을 앞두고 2~3주 전부터 화원은 1년 중 가장 대목인 시기를 맞아 꽃나무와 과일나무가 가득하다. 화려한 꽃나무와 열매가 달린 금귤 나무를 싣고 달리는 차와 오토바이도 많이 보이는데,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로 많이 주고받기 때문이다.
 
 설연휴를 앞둔 호치민 꽃가게의 모습
ⓒ 이나영
남부지역은 이렇게 노란색 꽃으로 장식을 하지만 하노이 등의 북부지방은 '호아다오(Hoa Đào)라고 불리우는 복숭아꽃으로 장식을 한다. 복숭아나무의 분홍색도 건강과 부귀를 상징하는 데다가 복숭아는 악귀를 내쫓는 기운이 있다고 믿기 때문.

올해 베트남은 고양이해

이렇게 설을 맞이하는 베트남의 풍경은 매우 화려하고 다채롭다. 설이면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 때문에 설연휴도 긴 편이다. 올해는 1월 20일부터 7일 동안 연휴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설연휴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이 다 문을 닫아 연휴가 되기 전 미리 장을 봐 놓거나 어딘가 여행을 가야할 지경이었는데, 최근 몇 년 새 호치민의 설 풍경도 많이 바뀌어 문을 여는 상점이나 마트도 꽤 많아졌다. 
 
 베트남은 설을 맞아 가게와 상점마다 꽃나무로 장식을 한다
ⓒ 이나영
지난 몇 년은 코로나로 인해 설풍경이 조금 조용하고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였다. 올해는 유난히 거리에 활기가 돌고 꽃시장의 풍경도 더없이 화려하다. 한국은 올해 토끼해지만, 베트남에서는 토끼해가 없고 대신 고양이해라고 한다. 음력설을 지내는 것도, 십이간지로 매년 동물이 주인공인 것도 한국과 같은데 토끼대신 고양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설이 오기 전 집안 곳곳을 대청소하고 문이나 창틀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설을 기다린다. 한 해 동안 있었던 모든 불운을 걷어내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고 설날인 음력 1월 1일에는 아무나 집에 들이지 않고, 복을 줄 수 있는 귀한 손님만 초대하고, 부정적인 말은 삼가며 돈을 빌리지도 않는 등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에 온 정성을 다 기울이는 편이다.

베트남에 손님처럼 살고 있는 한국 사람으로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의 수가 공식적으로는 15만명을 넘는다고 한다(2021년 재외동포 현황 기준). 베트남 젊은이들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고,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고,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이 나라에서, 한국인은 새해 첫 날 초대하고 싶은 손님의 이미지일까.

설이 되니 우리의 명절과 비슷하기도 한 이나라 사람들의 들뜬 모습에 덕이 많고 복을 가져다 줄 것처럼 보이는 좋은 손님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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