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문제를 쇼로 만난다…노란봉투법 알리는 퀴즈쇼

장지영 2023. 1.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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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퀴즈쇼-노란봉투를 열어라’ 개최… 시민이 문제도 제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퀴즈쇼-노란봉투를 열어라’ 제작발표회 현장. 손잡고 제공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공격적인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노란봉투법’ 제정,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을 위한 캠페인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쌍용차노조가 1심에서 약 47억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주부 배춘환 씨가 2014년 초 아들 학원비를 아껴 모은 4만7000원과 함께 9만9999명이 동참해달라는 편지를 노란봉투에 담아 주간지 ‘시사인’에 보낸 것이 반향을 일으켰다. 가수 이효리의 참여로 대중적 관심이 확산된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약 4개월간 4만7547명의 참여로 14억6874만1745원을 모았다. 이 돈은 손배소로 고통받던 노동자 지원과 함께 노란봉투법 입법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캠페인이 시작된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19·20대 국회에 발의됐으나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 4건(민주당 3건, 정의당 1건)이 계류 중이다. 그리고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51일간 파업 투쟁한 하청노동자들에게 473억 원 규모의 손배를 청구한 것을 계기로 최근 논의가 재점화 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 캠페인과 함께 설립된 시민단체 ‘손잡고’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새로운 캠페인 ‘퀴즈쇼-노란봉투를 열어라’를 7월 말까지 진행한다.

‘퀴즈쇼-노란봉투를 열어라’(이하 퀴즈쇼)는 어렵게 느껴지는 노동 문제를 시민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그동안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연극계의 젊은 기획자, 극작가, 연출가, 배우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프로젝트그룹-노란봉투를 열어라!’를 구성했다. 노동 인식 제고를 위한 퀴즈쇼는 노동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오는 5월 13일 열리는 퀴즈쇼는 시민이 직접 참여해 ‘도전 골든벨’ 형식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퀴즈쇼 제작발표회에서 박래군 손잡고 대표는 “요즘 정부가 노동조합을 박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마저 없다면 평형수 없는 세월호 같은 게 아닐까”라면서 “노란봉투법 입법운동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시민들이 노동 문제를 멀고 어렵게 느낀다는 점이었다. 문화계 기획자들이 이번에 노동 문제를 진지하고 무거운 노동자 집회 같은 방식이 아니라 재밌고 쉬운 퀴즈쇼 방식으로 접근해보자며 제안했다”고 밝혔다.

‘퀴즈쇼-노란봉투를 열어라’ 제작발표회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 노동 관련 퀴즈 장면. 손잡고 제공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퀴즈쇼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소은 PD, 극작가 겸 연출가 이양구와 윤한솔이 참여했다. 지난 2013년 이양구와 윤한솔 등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을 중심으로 한 젊은 연극인들은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문제를 다룬 ‘아름다운 동행’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노동문제에 눈을 뜬 연극인들은 이듬해 노란봉투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특히 손잡고가 혜화동1번지에 연극 제작을 제안하면서 만들어진 이양구 극작, 전인철 연출의 ‘노란 봉투’는 2015년 올해의 연극 3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퀴즈쇼’를 총괄하는 이양구 연출가는 “노동 문제는 좌우의 이념 대립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면서 “노동 문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연출을 맡은 윤한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이양구 연출가에게 ‘퀴즈쇼’ 연락을 받자마자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번 행사가 노동엔터테인먼트의 첫 시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5월에 진행될 퀴즈쇼가 시범적으로 선보여졌다. 맛뵈기로 선보인 문제들은 우리 일상에서 찾은 것이어서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퀴즈쇼 주최측은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제 출제를 개방한 상태다. 노동과 관련해 시민들이 제안한 문제를 제출받아 예상문제집으로도 만든다. 캠페인의 예산 역시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제작위원’들의 모금으로 마련한다. 이날까지 134명이 시민제작위원으로 참여했는데, 2014년 노란봉투 캠페인의 첫 제안자이기도 했던 배춘환씨가 시민제작위원을 대표해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퀴즈쇼의 예상문제집, 온라인 맛보기 퀴즈쇼 등 관련 정보는 누리집(noranbongto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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