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년만에 3억명 춘제 귀성…"이 참에 이직" 노동력 부족 비상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로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였던 197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았던 가운데,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의 인구 대이동 ‘춘윈(春運)’이 올해 반등을 노리는 중국 경제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춘제가 지난 3년간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폐기된 뒤 맞는 첫 명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봉쇄를 벗어나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노동자) 2억9600만여 명의 귀향이 3년만에 본격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춘제 이후 대규모 노동력 부족사태가 벌어질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고향에 돌아간 농민공들이 연휴 이후 직장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민공, 3년만 자유 귀향에 장기 휴가 태세
그런데 올해는 농민공들의 춘제 연휴 귀성 행렬 규모가 3년 만에 가장 크고, 고향에 체류하는 기간도 예년보다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실상 3년 만에 처음으로 춘제 기간 고향에 자유롭게 가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올해의 경우 농민공들은 정월대보름(2월 5일)까지 춘제 휴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춘제 연휴 이후 노동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중국 기업들 사이에선 공장 가동 중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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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생산·택배 배달 차질 이미 현실화
이미 중국 내에선 노동력 부족 현상이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많은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미리 춘제 휴가를 주거나 노동자 스스로가 직장을 떠나 조기 귀성을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애플 아이폰 최대 생산 기지인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폭스콘 공장은 지금까지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내에선 호출 뒤 2∼3분이면 도착하는 공유 차량을 15분 이상 기다리거나 택배 배달이 지연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용공황’(用工荒·일손 부족사태)은 지난 2020년 춘제 때도 발생했다.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중국 당국은 춘제 연휴 직후 대규모 봉쇄정책을 쓴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자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농민공들은 생산 현장 복귀를 꺼렸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 2020년 6월이 되어서야 농민공의 노동시장 근무자 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추가월급·채용박람회 등으로 구인 안간힘
이우시에서 식품 용기 등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촹주공예의 리충칭 회장은 블룸버그에 2월 이전에 복귀하는 직원에겐 추가 월급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우시의 장난감 제조업체인 이우훙성 토이의 우지자오 총지배인도 직원들에게 고향 방문에 드는 여행 경비를 지원해 이른 시일 내에 직장에 복귀하는 걸 유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달 1일부터 임시로 일용직 노동자를 채용해 부족한 노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은 관영언론 등을 통해 춘제 연휴 이후 노동력이 부족 현상을 막을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방 정부에 촉구했다”며 “이에 지방 정부들은 채용 박람회 등으로 노동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만만한 농민공…춘제를 이직 기회로 삼아
이 같은 중국의 일손 부족은 세계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초 중국의 경제 생산성이 빠르게 반등하지 않을 경우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중국의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다르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보험회사 코파스의 버나드 아워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예상보다 빠른 ‘위드 코로나’ 전환은 경제 활성화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도 “수출 둔화와 소비 심리 부진 등으로 중국이 기대하는 경기 부양을 보지 못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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