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과 연쇄 회담...서방도 브릭스도 '룰라 러브콜'
'브라질 정상화'를 천명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차례로 만나는 일정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중남미 각국 정상,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도 예정돼 있다.
중남미는 물론 서방과 중국을 모두 아우르는 만남으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실추시킨 브라질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오는 24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제7차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참석으로 외교 정상화의 포문을 연다. 지난 1일 취임 후 첫 국제무대 참석이다.
중남미 통합이 최우선 목표
CELAC은 2010년 설립돼 회원국만 33개국에 달하는 중남미 최대 협의체다. 당시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던 룰라가 이웃한 좌파 국가들(베네수엘라·에콰도르)과 함께 주도해 만들었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중남미의 미래를 꾀한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룰라 퇴임 이후 중남미에 우파 정권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극우 성향인 보우소나루의 집권으로 브라질이 2020년부터 불참하면서 CELAC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룰라는 이들과 경제 위기 대응·협력을 논의하며 지난해 페루 대통령 탄핵 등으로 균열 조짐이 보이던 '핑크타이드(좌파 물결)'를 다시 규합할 것으로 보인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미국·중국·러시아 간 지정학적 긴장이 극심한 상황 속에서 룰라는 우선 중남미 통합에 주력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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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에 '철저한 실리외교' 펴나
다음 달 10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에서 만난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8일 벌어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브라질 의회·대통령궁 습격 사건을 강하게 비판하며 룰라에게 방미를 요청했다. 룰라가 이를 수락하며 정상회담 논의가 봇물을 탄 것이다.
두 정상은 경제·안보·기후 문제 등 폭넓은 의제를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라호라는 "브라질 입장에선 보우소나루 전 정부 당시 악화했던 바이든 정부와 관계를 회복하는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바이든 역시 중남미 1위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對)중남미 외교를 매끄럽게 이어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룰라의 쉴 틈 없는 발길은 3월 중국으로도 향한다. 과거 재임 당시 룰라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중국과 협력해 자국 경제의 덩치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중국을 찾기도 했다. 일각에선 룰라가 이번 방중 때 시진핑과 중국의 원대한 구상인 '일대일로(一带一路)'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광폭 외교 행보를 예고한 룰라에게 미국이 대표하는 서방과 중국을 위시한 브릭스 국가들 모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브라질은 철저한 실리 외교를 펼칠 것"이란 게 여러 전문가의 평가다.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룰라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철저히 '실용'을 따져가며 일할 것"이라며 "실리를 위해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브라질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이 이슈에서도 룰라는 역시 실리를 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보우소나루 정권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며 "룰라 역시 여기서 크게 나아가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인도와 비슷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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