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글대면서 입은 닫았다…민노총 압색에 묘한 행보, 왜
국가정보원의 민주노총 압수수색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미묘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 발(發) 공안정국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하면서도, 당 차원의 공식 반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서 “철 지난 공안정국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들어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한 평가다. 김 의장은 “과거 국정원은 무수히 많은 무고한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해 국내 정치에 이용했던 전력이 있는 집단”이라며 “국정원이 내년 경찰로 이관되는 국내 대공수사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입만 열면 전임 정부 탓을 하더니, 이제는 퇴직한 공무원들까지 따라 하는 모양”이라며 “익명에 가려진 전직 당국자의 ‘입’만으로 전임 정부가 간첩 잡는 것을 막았다고 우기고 있다”고 썼다. 국정원 전직 간부가 이번 민주노총 수사를 두고 “전임 정부 때 추진하려다 당시 국정원 간부들이 결재를 미뤄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언론에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비판을 제기한 것과 달리, 당 차원 공식 대응은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공식 입장 표명은 현재 없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걸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간첩단 사건에 대해서 우리가 무슨 입장을 내겠냐”고 선을 그었다.
반면에 정의당은 전날 “민주노총을 소위 ‘간첩단 사건’의 온상인 것처럼 낙인찍으려는 공작이 아닌가”라고 지적한 데 이어 19일 “시대착오적 빨갱이 몰이 쇼”(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라고 했다.
민주당이 신중한 배경엔 노동조합 보호 명분보다 간첩 사건의 리스크를 더 크게 본 거 아니냐는 시각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아무래도 이게 간첩사건인 데다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상태라서 당이 뛰어들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당 지도부 의원도 “사건의 객관적 실체를 충분히 모르기 때문에 국정원의 수사 전체를 뭐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불법 대북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소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 한 의원은 중앙일보에 “검찰이 대북 송금 문제로 이재명 대표를 엮으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북 송금 과정이 '아태협'이라든가 이런 데 관련돼 있고, 규모도 방대하고 여러 번에 걸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상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얘기가 또 나올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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