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맛 구별 '전자 코'도 이곳 작품...지역 살리는 '뜻밖 존재'
지방대학 시대를 이끄는 국립대학 ①
강원도 춘천시에는 특별한 ‘코’가 있다. 막걸리 향을 맡으면 A 막걸리와 B 막걸리 맛과 향의 차이는 어떻게, 왜 나는지 정확하게 알아낸다. 강원대 누룩연구소에서 제작한 ‘전자 코’다. 전자 코는 막걸리나 수제 맥주 등을 만들 때 도움을 준다.
발효 미생물 연구로 유명한 강원대는 지역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해 2019년부터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누룩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배양한 우수한 효모를 지역 주류 업체에 제공하거나 기업들이 고가의 연구 장비를 사용해 새로운 주류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까지 강원 지역의 주류 업체 17곳에 기술 지도를 했고, 지평주조, 하이트진로 등과 업무 협약을 맺어 우수 종균을 개발하고 있다. 김명동 누룩연구소 소장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장비를 사서 개방하고 있다”며 “국립대가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한 든든한 배후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국립대학 육성사업, 38교에 연간 1500억원 지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국립대가 대학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해야 한다는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국립대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모든 국립대 38개교에 연간 800억~1500억원을 지원했다. 각 대학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지역 주류 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강원대와 같이 지역마다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부산 부경대는 대학 연계형 고교학점제 과목을 개설해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자유롭게 이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부경대는 지역 고교생 수요를 조사해 개설 희망이 많았던 ‘기업경영 마케팅’ 과목을 개설했다. 마케팅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함께 이론 공부를 하고 지역에 특화된 유통, 어묵 산업 등을 실제 기업 사례를 통해 분석하기도 했다. 부경대 관계자는 “지역 고교생들이 마케팅 분야 진로와 진학에 대한 정보를 잘 알게 된 것은 물론, 조교 역할을 한 대학생들의 실력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기초학문 보호, 국립대 대학원 장학금 두 배 넘게 늘어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지역 인재를 키우는 국립대 본연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충남대의 ‘CNU 드림꾸러미’가 대표적이다. 자연과학계열 기초학문 교수와 대학원생·학부생이 한 팀이 돼 학부 과정에서도 대학원 수준의 연구 활동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좋은 연구 성과를 거둔 학부생에게는 연구 장학금도 준다. 2021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졸업생 39명 중 28명이 충남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초학문 분야의 국립대 대학원생 1인당 장학금은 2017년 193만3000원에서 2021년 488만1000원으로 늘었다. 대학원생 논문 실적도 125건에서 168건으로 늘었다.
“국가균형발전 위해 국립대 지원 더 필요”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버님 댁에 보일러…' 이 광고 만든 CF 전설 윤석태 감독 별세 | 중앙일보
- 말죽거리 소고기국밥 제쳤다…이영자도 탐낼 '휴게소 음식 리스트' | 중앙일보
- 760억 재산 포기하고 승려 됐다…인도 8세 소녀의 사연 | 중앙일보
- 남편 백건우 밝혔던 알츠하이머…배우 윤정희, 투병 중 별세 | 중앙일보
- 사랑을 하니 우승도 하더라…김시우·오지현 ‘로맨스 연구’ | 중앙일보
- 차 블랙박스 돌려놔 불륜 현장 촬영…남편 잡으려다 유죄, 왜 | 중앙일보
- 10년만에 부활한 '반값 아파트'…시세보다 5억 싼데 깡통 로또? | 중앙일보
- 민주당, 부글대면서 입은 닫았다…민노총 압색에 묘한 행보, 왜 | 중앙일보
- 영국팬 80% “선발서 빼라”…손흥민, 정말 괜찮은거야? | 중앙일보
- 박원순에 패배한 12년전 그날…나경원·홍준표 악연 시작됐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