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맛 구별 '전자 코'도 이곳 작품...지역 살리는 '뜻밖 존재'

이후연 2023. 1.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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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 시대를 이끄는 국립대학 ①

지난해 7월 강원대 누룩연구소 김명동 소장(오른쪽 위)이 춘천양조장을 방문해 업체 관계자에게 기술 지도를 해 주고 있는 모습. 촬영팀(왼쪽)에서 기술 지도 장면을 담고 있다. 사진 강원대

강원도 춘천시에는 특별한 ‘코’가 있다. 막걸리 향을 맡으면 A 막걸리와 B 막걸리 맛과 향의 차이는 어떻게, 왜 나는지 정확하게 알아낸다. 강원대 누룩연구소에서 제작한 ‘전자 코’다. 전자 코는 막걸리나 수제 맥주 등을 만들 때 도움을 준다.

발효 미생물 연구로 유명한 강원대는 지역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해 2019년부터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누룩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배양한 우수한 효모를 지역 주류 업체에 제공하거나 기업들이 고가의 연구 장비를 사용해 새로운 주류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까지 강원 지역의 주류 업체 17곳에 기술 지도를 했고, 지평주조, 하이트진로 등과 업무 협약을 맺어 우수 종균을 개발하고 있다. 김명동 누룩연구소 소장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장비를 사서 개방하고 있다”며 “국립대가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한 든든한 배후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국립대학 육성사업, 38교에 연간 1500억원 지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국립대가 대학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해야 한다는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국립대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모든 국립대 38개교에 연간 800억~1500억원을 지원했다. 각 대학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지역 주류 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강원대와 같이 지역마다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부산 부경대는 대학 연계형 고교학점제 과목을 개설해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자유롭게 이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부경대는 지역 고교생 수요를 조사해 개설 희망이 많았던 ‘기업경영 마케팅’ 과목을 개설했다. 마케팅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함께 이론 공부를 하고 지역에 특화된 유통, 어묵 산업 등을 실제 기업 사례를 통해 분석하기도 했다. 부경대 관계자는 “지역 고교생들이 마케팅 분야 진로와 진학에 대한 정보를 잘 알게 된 것은 물론, 조교 역할을 한 대학생들의 실력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기초학문 보호, 국립대 대학원 장학금 두 배 넘게 늘어


지난해 7월 전북대-부산외대 동남아 언어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 전북대
대학 간 네트워크도 활발해졌다. 전북대는 부산외대와 협약을 맺고 전북 지역 학생, 지역 주민, 고교생 등이 수강할 수 있는 ‘동남아 언어캠프’를 2019년부터 매년 두 차례 열고 있다. 베트남어, 태국어, 미얀마어 등의 수업을 개설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부모님 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도 있고, 동남아 언어에 관심이 많지만 전북 지역에 관련 학과가 없어 교육 기회가 없던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호평 받았다”고 말했다. 국립대 간 네트워크 사업은 2017년 57건에 불과했지만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실시한 이후 2021년 141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지역 인재를 키우는 국립대 본연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충남대의 ‘CNU 드림꾸러미’가 대표적이다. 자연과학계열 기초학문 교수와 대학원생·학부생이 한 팀이 돼 학부 과정에서도 대학원 수준의 연구 활동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좋은 연구 성과를 거둔 학부생에게는 연구 장학금도 준다. 2021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졸업생 39명 중 28명이 충남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초학문 분야의 국립대 대학원생 1인당 장학금은 2017년 193만3000원에서 2021년 488만1000원으로 늘었다. 대학원생 논문 실적도 125건에서 168건으로 늘었다.


“국가균형발전 위해 국립대 지원 더 필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학가에서는 국립대의 공적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만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현섭 국립대학육성사업발전협의회 회장(충남대 기획처장)은 “지난 5년간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국립대가 지역 교육의 거점기관으로역할을 해왔지만, 국가 균형 발전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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