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돕겠다던 원스톱지원센터… 상인들 “그런 게 있어요?”

구정하 2023. 1. 2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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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이태원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원스톱지원센터가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을 못 받는 상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별 차이가 없는데 이제 와서 지원센터만 설치하는 건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정책'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밀톤호텔 옆 대로변에서 기념품 가게를 하는 김모(77)씨는 지원센터가 있다는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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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부족 으로 존재 자체도 몰라
까다로운 대출 조건에 ‘헛걸음’
실질적 상권 활성화 정책 목소리
서울 용산구청에 마련된 이태원 상권 원스톱 지원센터를 찾은 상인(왼쪽)이 지난 18일 상담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달 16일에 설치한 지원센터는 홍보 부족에다 까다로운 대출 조건 탓에 제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이태원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원스톱지원센터가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기부는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16일에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대출 조건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고, 홍보 부족으로 소상공인들은 지원센터의 존재 자체도 모른다고 한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청 4층에 마련된 원스톱지원센터는 한산했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 맞은편에 지난해 12월 미용실을 개업한 A씨(35)는 긴급경영자금을 지원받으려고 찾아왔지만 원하던 답을 듣지 못한 채 돌아갔다. 지원 대상이 지난해 10월 30일 이전 영업을 시작한 사업자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용산구의 소상공인에게 연 1.5% 금리로 최대 7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피해사실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참사 이후에 영업을 시작한 상인들은 피해액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을 못 받는 상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별 차이가 없는데 이제 와서 지원센터만 설치하는 건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정책’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0월까지 한 달 매출이 1300만원이던 B씨 가게는 월 매출 100만원을 찍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다. 절박한 마음에 점심 영업까지 한 지 이틀째이지만 18일 식당을 찾은 손님은 한 테이블뿐이었다. B씨는 “회복될 거란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가게를 옮기려고 계획 중”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해밀톤호텔 옆 대로변에서 기념품 가게를 하는 김모(77)씨는 지원센터가 있다는 걸 몰랐다. 김씨는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중기부와 용산구청은 SNS 채널, 상인회 등을 통해 지원센터의 존재나 정책자금 제도를 안내했지만 상인을 대상으로 직접 홍보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출 상담을 받은 상인들은 모두 기사로 접하거나 다른 상인에게 들어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고 직후 용산구청 직원들이 이태원 일대 가게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일주일간 영업 중단을 권유했던 것과 대비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시적 대출 지원이 아닌 장기적 상권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C씨는 참사 전날인 지난해 10월 28일에 사고가 일어난 골목의 세 블럭 옆에 맥주집을 개업했었다. 참사 이후 5명이던 아르바이트 직원을 2명으로 줄이고, 직접 부엌일까지 하고 있다. 그는 “개업일 이틀 차이로 대출 대상에 포함이 돼 20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이 돈으로는 두 달 월세밖에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더 버티겠느냐. 거리 재정비 사실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문화 행사 등으로 상권을 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중기부는 19일 이태원 소상공인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 합동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 장기 대책에 대해선 앞으로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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