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에도 근로자 눈물 뚝뚝… 기업은 더 ‘똑똑’해졌다

박상은 2023. 1. 2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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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 첫해인 지난해 산업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가 64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사고 예방보다 최고경영자(CEO) 처벌을 막는 데 더 집중하고,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사건의 판결은 아직 1건도 내려지지 않으면서 법적 사각지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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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산업현장서 644명 사망
50인상 사업장선 전년보다 늘어
기업, 로펌 앞세워 처벌 회피 급급
현장도 느슨… 정부, 법 개선 예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 첫해인 지난해 산업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가 64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1.8명꼴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기업들이 사고 예방보다 최고경영자(CEO) 처벌을 막는 데 더 집중하고,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사건의 판결은 아직 1건도 내려지지 않으면서 법적 사각지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으로 전년(683명)에 비해 39명(5.7%) 감소했다.

다만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선 지난해 256명이 숨져 전년(248명) 대비 사망자가 오히려 8명 늘었다. 법 시행일인 1월 27일 이후 기준으로 따져도 전년보다 사망자가 1명 주는 데 그쳤다.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중대산업재해 사건은 229건이었다. 고용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34건, ‘법 위반 사항 없음’ 등의 이유로 내사 종결한 사건은 18건이다. 사건 처리 비율은 22.7%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건들은 여전히 수사·내사가 진행 중이다. 기소까지 이어져 재판으로 넘어간 사건은 11건으로, 전체 5%도 되지 않았다. 1심이라도 선고된 사건은 전무하다.


고용부는 안전보건체계 전반을 살펴야 하는 중대재해법의 특성상 수사 단계에서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중대재해법은 사망 사고 안전보건관리체계 미비와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며 “참고인·피의자 조사가 건당 평균 18회 정도 이뤄졌고, 압수수색도 지난해에만 30건 정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CEO까지 법적 책임을 지는 일을 차단하려고 대형로펌을 선임해 방어막을 치는 것도 수사의 어려움을 더한다. 중대재해법은 사고 예방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해당 기업에서 로펌을 선임해 대응하는 중대재해법 사건은 전체의 68%가량인 158건에 이른다.

이런 면피성 태도는 실제 사망 사고가 줄지 않는 원인으로도 꼽힌다. 현장에서는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노력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안전보건체계를 입증하기 위한 서류작업이 더 많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대재해법은 시행 전부터 법 규정의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한 정부는 5개월간 집중적으로 법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중대재해법 1호 기소 사건인 두성산업 측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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