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발전소, 댓글창’ 기획시리즈 가장 인상 깊은 기사”
국민일보 독자위원회는 18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새해 첫 회의를 열었다. 한헌수(숭실사이버대 총장) 위원장과 권순우(한국자영업연구원장) 남재작(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민경찬(비아출판사 편집장) 조정희(법률사무소 청한 대표변호사) 위원, 송세영(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 간사가 참석했다. 위원들은 알고리즘으로 편향성을 조장하는 온라인 및 SNS 콘텐츠와 구분되는 국민일보만의 객관적 시각과 균형감각, 심층 분석 뉴스 등을 주문했다.
△한헌수 위원장=새해 첫 회의다. 그동안 사건과 사고가 많았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권순우 위원=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기사를 유심히 봤다. 현장에 2명의 기자를 파견한 건 좋았는데 특정 대기업 위주로 보도돼 전체 흐름을 짚는 기사가 부족했다. 개별 기업의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큰 흐름도 보여주고 변화의 중심에 뭐가 있는지 등 입체적으로 보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민경찬 위원=독자위원으로 위촉된 뒤 종이신문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종일 신문 보고 계시면 왜 그러시나 했는데 이젠 그 재미를 알 것 같다. 저는 CES에 별 관심이 없는데 종이신문의 매력 중 하나는 내가 어디에 관심이 없는지 알게 해준다는 점이다. 신문에 정치·사회·문화면 등이 있지만 사람들이 모든 면에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지 않나. 신문을 보며 나는 문화에 관심이 있고 경제에는 관심이 없고 이런 걸 깨달으면서 자신의 자리를 알게 된다.
△남재작 위원=국민일보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편이다. 지인에게 구독을 권할 수 있는 신문이다. 온라인은 알고리즘을 통해 보는 것만 계속 보게 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종이신문은 내가 관심 없는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접하게 한다. 요즘은 내가 관심 있는 걸 아는 것보다 내가 관심 없는 걸 아는 게 더 중요하다. 때로는 불편한 내용도 보고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시각을 접한다는 점에서 종이신문은 매력이 있다.
△민 위원=가장 인상 깊게 본 기사는 지난해 12월에 보도된 ‘혐오발전소, 댓글창’ 기획시리즈였다. 창간호 1면에 보도할 때 디자인이 파격적이었고 인포그래픽도 잘 활용했다. 우리 사회의 혐오문화를 들여다보는 좋은 기획이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만들어 기사와 연동함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도 좋았다. 여야 의원들을 조사한 ‘한국정치, 3대 늪에서 벗어나자’와 인구 문제를 다룬 ‘인구가 미래다’ 시리즈도 좋은 기사다.
△조정희 위원=법조계에서 이슈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찰 출석과 김만배씨 금품 의혹 등의 사건에서 국민일보는 편향되지 않은 입장을 취해 보기에 불편함이 덜했다. ‘초심자의 마음’이라는 기자 칼럼에서 언론인과 법조인의 윤리의식을 잘 다뤘는데 언론으로서 반성과 함께 다른 분야에도 경종을 울리는 시도를 하면 좋겠다. 지난 14일자에 이혼소송의 최대 쟁점인 특유재산 문제를 다뤘는데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다. 이런 보도가 많아지길 바란다.
△권 위원=‘위기의 보험사’ 시리즈를 인상 깊게 봤다. 실손보험 연금저축 등 문제 있는 부분을 잘 짚은 완성도 높은 기사다. 전문가가 보기에도 완성도 있게 잘 썼다. 보험사 문제는 오래된 이슈다. 단발성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이슈화해주기 바란다.
△남 위원=국민일보는 사회적 약자를 많이 다룬다. 17일자에 보도된 새벽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이웃들 기사도 소시민에게 초점을 맞춰 좋았다. 같은 날 사설에서 이를 총리와 서울시장의 적극 행정에 대한 칭찬으로 연결한 점은 아쉬웠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이들 자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놓쳐선 안 된다. 새벽시간에 버스를 타는 이들에 대한 심층 분석이 후속기사로 나오면 좋겠다.
△권 위원=화물연대 파업 때 중간수수료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도 좋았다. 여야가 감세정책을 놓고, 부자감세 여부를 놓고 극단적으로 대결할 때도 국민일보는 재정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5년간 세수감소가 64조원으로 추산된다는 기사를 썼다. 바람직한 기사다.
△한 위원장=북한 무인기 사태 때 국방부가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 명예와 신뢰를 먹고 사는 군대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어야 한다.
△조 위원=이기영 연쇄살인사건 관련해 이기영이 체포되고 수사받는 과정, 현장검증 등 발생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많이 나왔다. 이런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분석적인 접근도 있으면 좋겠다.
△권 위원=카타르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확정했을 때 1면 제목이 ‘내일 브라질 맞서 8강 도전…기적은 계속된다’였는데 불편했다. 16강 진출은 기적이 아니라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다. 신문은 SNS와 달리 냉철하고 분석적이어야 한다.
△한 위원장=국민일보에서 펜타닐과 ‘타이퍼’ 세태를 보도했는데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정보였다. 미국에서 펜타닐 중독으로 6년간 21만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펜타닐 유통 실태를 분석하는 기사로 이어지면 좋겠다. 타이퍼는 타임퍼포먼스의 준말인데 빨리 보기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도 2배속으로 영상강의를 본다. 이런 시대에 신문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리=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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