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교회의 공동선·공적 책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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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현재 성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 급속한 성장 이후 맞이하는 내적 성숙의 시기, 한국교회에 무엇보다 강조되는 덕목은 복음의 공공성 및 교회의 공적 책임이다.
황 목사는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향해 공동선(Common Good)과 공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어쩌면 교회에 대한 비난은 이런 요청에 반응하지 않는 교회에 대한 실망의 다른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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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현재 성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0년 서구 교회와 견주어 140년 짧은 선교 역사의 한국교회는 구령(救靈)의 열정으로 세계에서 유례없는 성장과 부흥의 시기를 보냈다. 주님의 은혜다. 하지만 이제 급속한 성장 이후 맞이하는 내적 성숙의 시기, 한국교회에 무엇보다 강조되는 덕목은 복음의 공공성 및 교회의 공적 책임이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공적 영역에서의 기독교인의 소명,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고신 등 보수 교단에 속한 저자들이 내놓는 공공신학과 공동선 논의를 담은 책을 살펴본다.
어서 와, 공공신학은 처음이지?/황경철 지음/세움북스
‘어서 와, 공공신학은 처음이지?’(세움북스)의 저자 황경철 목사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22년째 전임사역자로 섬기고 있다. 합동신학대학원대에서 공부했고 박사 논문으로 ‘제임스 스미스와 데이비드 반드루넨의 공적신학 비교연구’를 제출해 학위를 받았다. 공공신학 박사학위 소지자가 매일 캠퍼스를 누비며 대학생들의 애환과 현장의 고민을 듣고 이를 알기 쉽게 풀어놓은 입문서가 바로 이 책이다. 황 목사는 “10년의 영아부 사역을 통해 복음을 쉽게 전달하는 소통 방식도 익혔다”고 밝혔다.
황 목사는 자신의 논문집을 들고 목회자들에게 전할 때 “황 간사님, 공공신학 그거 민중신학이나 사회복음 이런 거 아닙니까”란 우려를 들었다고 했다. 황 목사는 이를 오해라고 단언했다. 교회와 사회를 구분하는 이원론적인 삶, 황 목사는 이게 한국교회의 쇠퇴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당에서의 삶과 직장에서의 삶이 다르다”면서 “분식회계를 지시하는 직장상사가 알고 보니 안수집사였다는 사실에 성도들이 괴로워하는 현실”이라고 전한다. 그는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기독교가 사적 영역에 갇힌 채 공적 영역에 대해 말하는 것을 중단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마틴 마티의 말을 전하며, 복음은 이원론적 삶을 극복하는 총체성을 담고 있다고 강조한다.
황 목사는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향해 공동선(Common Good)과 공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어쩌면 교회에 대한 비난은 이런 요청에 반응하지 않는 교회에 대한 실망의 다른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스레 공공신학에 대한 정의로 이어진다. 현대 신학의 갈래나 자유주의 사조가 아니라 본래부터 있던 신학, “온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증언하는 교회의 신학”이란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의 공공신학 정의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노예제도 폐지를 이뤄낸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 비폭력 흑인 민권 운동의 침례교 목회자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네덜란드의 전 수상이자 언론인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론까지 설명한다.
천종호 판사의 하나님 나라와 공동선/두란노
‘천종호 판사의 하나님 나라와 공동선’(두란노)은 공공신학 입문 이후에 읽으면 좋은 책이다. ‘소년범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 판사는 부산의 예장고신 소속 금정교회에서 장로와 교회학교 교사로 섬겨왔다. 천 판사는 “공론장에서 기독교인에게 요구되는 소통 능력의 핵심은 우리가 가진 구원의 담론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성경과 교회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본래 의미를 온전히 담은 채 외부에서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성의 힘으로 믿지 않는 자들을 위한 이중언어를 안내하자는 이야기다. 거기에 아가페(사랑) 샬롬(평화) 헤세드(인애)와 더불어 공동선이 핵심이란 설명이다.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善)에 관한 형이상학을 주로 담고 있지만, 천 판사의 전작들인 ‘선, 정의, 법’(두란노)과 ‘예수 이야기’(두란노)와 함께 읽으면 교회와 사회를 건강하게 고민하며 일상과 신앙을 잇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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