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SIS “한국 핵무장 안 되지만 전술핵 재배치 대비는 필요”

박현영 2023. 1. 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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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을 위해 한반도로 전개한 미군 B-52H, F-22 등이 함께 비행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미국의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8일(현지시간) “향후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에 대비해 관련 사전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만에 하나 필요할 경우 전술핵 재배치를 단시간 안에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로선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용인해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가 이 같은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외교안보 분야의 초당파 싱크탱크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존 햄리 CSIS 소장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를 비롯해 한반도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존 햄리(左), 조셉 나이(右)

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대북 정책과 확장 억제에 관한 제언’ 보고서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정책의 하나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기초작업을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의 증가하는 무기 능력,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 미국의 미사일방어 요격시스템의 취약점 등으로 한국인들이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한·미가 전략핵 재배치를 위한 테이블톱(모의) 계획 훈련을 검토해야 하며, 그 시기와 무기의 종류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다룰 것을 조언했다. 또 전술핵 재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되, 최종 결정은 안보환경 변화와 북한 위협의 수위에 맞춰 조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 논의 단계에서는 전술핵 재배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관 시설을 둘 지역의 구체화, 핵 안전·보안 관련 합동훈련, 주한미군 F-16 전투기의 핵 임무 수행을 위한 인증작업 등을 제안했다. 핵무기 저장시설 건설 같은 물리적인 조치는 마지막 단계로 설정했다. 이 단계는 확장 억제 강화를 위한 다른 모든 선택이 소진된 후 북한의 위협 수준이 계속 증가할 경우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한·미가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확장 억제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한·미 실무급에서 모의 핵계획 훈련을 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고위급 확장 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재가동도 필요하다고 봤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 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핵 공동기획협의체를 신설해 한·미 또는 한·미·일 3자가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할 것을 제언했다. 또 영국·프랑스처럼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핵보유국을 참여시키는 ‘다자 핵우산’ 형성 가능성을 탐색할 것도 권고했다.

한국의 대비 태세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일본에만 접근을 허용하고 있는 인공위성을 활용한 미사일 조기경보체계인 ‘우주 기반 적외선시스템(SBIRS)’을 한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담았다. 한국이 핵무장이 가능한 전투기를 갖춘 뒤 이를 괌 등 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여부는 앞으로 동맹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물리적 요인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워싱턴이나 뉴욕을 위험에 빠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서울이나 도쿄를 구하기 위해 확장 억제력을 동맹 방어에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한국인들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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