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노총 간부까지 연루된 간첩 사건, 문재인 정부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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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집착하며 대공 첩보수집·수사 축소돼
대공수사 능력 강화하되 증거 기반한 수사로 가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국가정보원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당한 민주노총은 어제 “한 편의 쇼”라며 “7월 총파업 투쟁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공안정국의 부활”이라며 윤 정부의 반노조 정책,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국정원이 장시간에 걸쳐 확보한 구체적인 근거가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은 2017∼2019년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북한의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구 225국) 공작원과 접촉해 그의 지령에 따라 반미·친북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직책이 민주노총 조직국장,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으로 각종 활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정확한 사실은 수사 및 재판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민주노총이 벌여 온 정치투쟁에 비춰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자 권익과 거리가 있는 ‘주한미군 철수’ ‘사드 배치 철회’와 같은 성명과 집회 구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연 ‘반미자주노동자대회’, 8월의 ‘8·15 자주평화통일대회’에서는 한·미 동맹 철폐를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내용이 이미 수년 전에 포착됐음에도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최근 제주 지역 진보 인사들이 중심이 된 ‘ㅎㄱㅎ’(한길회 추정) 사건과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 집착한 나머지 대공수사 기능을 양적·질적으로 축소한 때문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친정부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면서 국정원은 물론 군, 검찰, 경찰의 대북 첩보 수집과 수사 기능을 크게 약화시켰다. 수치상으로 2011~2016년 26건이었던 간첩 적발 건수는 문 정부 시절인 2017~2020년에는 3건에 불과했다. 2021년 8월 북한 지령을 받아 대통령선거는 물론 총선거에 개입해 오던 충북간첩단을 수사했지만 그나마 축소수사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2020년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2024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1년 단위로 주요 간부 인사가 이뤄지는 경찰 조직의 특성상 수년 동안 정보를 축적하면서 고도의 노하우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 대공수사를 전담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북한의 위협 강도가 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마저 암약하도록 용납해서는 절대 안 된다. 대공수사 능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초당적 논의가 필요하다. 국정원은 그러나 공안 정국을 조성해 노조 파괴와 대공수사권 지키기에 나섰다는 비판만은 받지 않도록 확실한 증거에 기반을 둔 수사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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