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정책 오락가락하더니…공시 이후 되레 벌어진 예대금리차
정부가 지나친 이자장사를 막겠다며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예대 금리차)를 매달 공시하도록 제도를 바꿨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이후에도 예대 금리차가 좁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벌어져서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대처도 예대 금리차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
19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 2.38%포인트이던 예대 금리차(잔액 기준)는 지난해 11월 2.51%포인트로 커졌다. 이는 용 의원실이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예금은행 총대출금리와 총수신금리의 차이를 계산해서 구했다.
원래 예대 금리차는 은행이 분기마다 자체 공시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각 은행의 예대 금리차를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매달 공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예대 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에 따른 것이다.
공시제도 개선 이후에도 예대 금리차가 벌어진 것은 대출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예금금리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바뀐 공시제도를 시행한 지난해 7월 이후부터 11월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0.25%포인트)·10월(0.50%포인트)·11월(0.25%포인트)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포인트 올렸다. 이 기간 은행은 총대출금리를 지난해 7월(3.71%)과 비교해 11월(4.68%) 0.97%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예금금리는 지난해 7월(1.33%)과 비교해 지난해 11월(2.17%) 0.84%포인트 올라가는 데 그쳤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많이 올라간 것은 우선 은행권 대출에 변동금리가 많아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잔액 기준) 전체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6.8%였다. 2019년 기준으로 미국(15%)·캐나다(1%)·영국(8%) 같은 금융 선진국의 변동금리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다. 특히 변동금리 비중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 2019년 12월(65.7%)과 비교해 최근 크게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시기에 변동금리가 많으면 금리 인상이 즉각 반영된다. 반면에 통상 만기가 1년 이상인 예금금리는 기준금리가 올라도 바로 상승하지 않는다. 이런 영향에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예대 금리차가 확대됐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시장 개입이 예대 금리차를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당국은 예대 금리 공시를 시작한 당시만 해도, 예금금리를 대출금리만큼 올려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예금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것이 다시 대출금리를 밀어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 때문에 한때 5%까지 갔던 은행권의 예금금리는 다시 3~4%로 억제됐다. 대출금리는 약 8%까지 치솟는 와중에 예금금리 상승이 막히면서 예대 금리차는 다시 벌어졌다.
예대 금리차 확대로 은행만 금리 인상 수혜를 입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 기준 이자수익은 65조9566억원으로 2021년(50조6973억원)보다 30.1%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이자수익이 2.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는 수익 증가가 가팔랐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이 독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나서서 금리 인상을 자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예금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것만큼 대출금리도 낮추도록 하고, 낮은 이자의 서민 정책금융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준 경제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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