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20대 주장’ 이정후…“ MLB 가기 전에 우승 선물”
지난해 프로야구 최고 선수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사진)는 올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시즌을 보낼 듯하다. 키움 선수단의 2023시즌 주장으로 선임돼 라커룸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됐다.
이정후는 올 시즌 각 팀 주장으로 확정된 9명(삼성 라이온즈는 미정) 가운데 유일한 20대다. 그 다음으로 젊은 주장은 33세인 오지환(LG 트윈스)·안치홍(롯데 자이언츠)·허경민(두산 베어스) 등 이다. 25세의 이정후는 이들보다도 여덟살이나 어린 나이에 주장을 맡았다. 당연히 10개 구단 가운데 최연소 캡틴이다. 프로야구 역대 각 팀의 주장 중에서도 최연소다. 이정후의 팀 내 존재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정후에게 올 시즌은 키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올해로 7년을 꽉 채워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미 키움과 합의도 마쳤다. 지난해 말 구단에 “2023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고, 키움 구단도 “이정후의 꿈과 도전을 응원한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자 이정후는 “MLB 진출도 중요하지만 올 시즌 팀에 우승으로 보답하는 게 먼저”라며 흔쾌히 주장직을 받아들였다.
이정후는 오는 3월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멤버로도 선발됐다. 그는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타점·안타·출루율·장타율)에 오른 국내 최정상의 외야수다. 공격·수비·주루에서 모두 할 일이 많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WBC에서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또 이번 WBC는 MLB 관계자들에게 이정후의 진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일종의 ‘쇼케이스’ 무대가 될 수 있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WBC 출전을 예견하면서 “한국이 4강에 오른다면, 빅리그 스타디움에서 뛰는 이정후를 미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다음엔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중요한 목표인 ‘우승’을 향해 달려야 한다. 키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와 2승 2패까지 맞섰다가 5차전과 6차전을 내주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시리즈가 끝난 뒤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이정후는 여전히 그 아쉬움을 잊지 못한다. 올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는 “MLB 진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올해 정규시즌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타격폼을 조금 바꿔보려고 한다”며 “MLB는 올 시즌을 마친 다음 생각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지난 6년간 팀에서 열심히 뛰었다. 현재 함께 뛰는 선수는 물론이고, 한때 동료였던 선배들과도 여전히 끈끈하게 지낼 만큼 우애가 깊다. 이정후는 “내가 고교 때 특별한 성적을 낸 것도 아니고 그저 배트에 공 좀 맞히는 선수였는데, 팀에서 잠재력을 눈여겨 봐주셔서 1차 지명으로 입단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구단이 내 덕을 본 게 아니라 내가 구단 덕을 봤다. 올해가 KBO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으니 꼭 팀에 우승을 선물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이정후는 벌써 숨가쁜 한 해의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먼저 출국해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키움 시절 절친한 선배였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곧 합류해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 ‘캡틴’ 이정후는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출발선에 섰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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