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한물 갔다? 잠깐 삐끗했을 뿐
손흥민(31)은 지난 1월 1일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 도중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머지않아 부상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드라마틱한 제스처였다.
손흥민은 지난해 득점왕으로서 2022~23시즌에 돌입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는 유럽 축구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라선 상태였다. 손흥민은 한마디로 ‘언터처블’이었다.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축구대표팀 A매치 평가전과 토트넘의 친선 경기가 잇따라 열렸다. 이때만 해도 모든 것이 괜찮아 보였다. 손흥민은 칠레·파라과이와의 A매치에서 골을 넣었다. 팀K리그(K리그 올스타)와의 친선 경기에선 토트넘 소속으로 또 두 골을 넣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3골, 지난 5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1골을 넣었는데, 그 4골이 이번 시즌 정규리그 득점의 전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앙이 닥쳤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초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그 여파가 카타르월드컵까지 이어졌다. 이후 이달 초까지 검은색 안면 보호용 조로 마스크를 쓰고 뛰었다.
최근 손흥민의 페이스는 엄청난 속도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지난해의 폼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해 보인다. 한국의 ‘골든 보이’에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일까? 프리미어리그 해설자들은 올 시즌 초반 몇몇 상황이 손흥민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 가운데 A매치 출전을 위해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그가 지난 여름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피로가 가중된 점을 우려했다. 또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몸을 사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건 손흥민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손흥민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특징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어리그 해설자들의 가설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런데 손흥민이 지난해 11월 부상을 당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안면 보호용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뛰다 보니 자신감이 결여됐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손흥민의 부진은 지난해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한 탓에 부상과 체력 고갈 등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설명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토트넘의 전술이 상대 팀에게 간파 당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손흥민은 순간 돌파의 달인이다. 케인이나 데얀 쿨루세브스키(23)가 밀어준 스루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들보다 앞서 질주하며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다. 그런데 올 시즌 토트넘과 만나는 상대 팀들은 라인을 끌어내리는 수비적인 경기 운영으로 나선다. 토트넘의 공격 방식을 무력화하고 손흥민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이다.
토트넘의 허술한 수비력도 문제다. 토트넘은 지난해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부터 지난 1일 애스턴빌라전까지 10경기 연속 선제 실점했다. 먼저 골을 넣은 상황에서 상대 팀이 공격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영국 매체 풋볼 팬 캐스트가 지난 16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손흥민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안심하긴 이르다. 부상 중이던 동료 공격수 히샤를리송(26)과 쿨루세브스키가 지난 16일 나란히 복귀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손흥민은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아직 31세다. 장기적 관점에서 하락 조짐을 보인다기보다는 단기간의 부진일 가능성이 더 크다. 예년처럼 후반기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물론 남은 시즌 동안 계속 고전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흥민의 경기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 보긴 힘들다. 장기적으로 노쇠화를 걱정할 만큼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번역=송지훈 기자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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