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천 갈대밭 걷고, 39도 온천에 몸 풀고

손민호 2023. 1. 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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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설해원은 소문 무성한 리조트다. 격이 다른 리조트라는 소문은 파다한데, 예약 경쟁이 치열해 가본 사람은 많지 않다. 사진은 설해원 야외 수영장. 100% 온천수를 사용한다. [사진 양양군, 서핑협회]

양양(襄陽)은 동쪽의 따뜻한 나라다. 강원도 하면 춥다는 생각부터 들지만 양양은 다르다. ‘볕을 완성하다’는 이름처럼 한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양양은 맑은 고장이기도 하다. 2020년 한국환경공단 조사에 따르면 양양은 경남 고성과 함께 전국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적은 고장이다. 양양에는 또 소문 무성한 온천이 있고, 겨울 별미 풍성한 바다도 있다. 날이 풀리면 미세먼지가 덮치고 하늘이 맑다 싶으면 추위가 몰아치는 이 겨울, 양양으로 떠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6㎞ 남대천변 곳곳이 관광 명소

‘남대천 연어생태공원’이라 이름 지은 남대천 갈대밭. 양양군이 2015년부터 남대천변을 싹 정비했다. [사진 양양군, 서핑협회]

양양 남대천은 생태관광의 본적과 같은 곳이다. 태평양을 건너온 연어가 남대천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하나 여태의 남대천은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생태관광 명소보다 특색 없는 생활 하천에 가까웠다.

최근 남대천이 확 달라졌다. ‘남대천 르네상스’ 사업 덕분이다. 양양군은 약 80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남대천을 새로 단장했다. 2015년 시작한 사업이 지난해 얼추 마무리됐다. 양양읍에서 동해까지 약 6㎞ 길이의 남대천변 곳곳이 관광 명소로 거듭나는 중이다.

제일 먼저 명소로 떠오른 곳이 ‘남대천 연어생태공원’이라 이름 지은 갈대밭이다. 갈대밭 사이로 난 탐방로가 겨울에도 걷기에 좋았다. 남대천과 동해가 만나는 지점에는 고니·청둥오리 같은 겨울 철새가 모여 있었다. 철새가 내려앉는다는 건 자연 생태계가 안정됐다는 뜻이다. 양양군청 김덕중 담당은 “하천 정비 사업이 마무리되자 철새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남대천에 새로 조성한 징검다리와 인공 여울. [사진 양양군, 서핑협회]

남대천변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징검다리 아래에 조성한 인공 여울이었다. 널따란 바위를 남대천에 깔아 여울을 만들었다. 여울이 생기자 여울 상류에 소(沼)가 만들어졌고, 소가 생기자 물고기가 많아졌고, 물고기가 많아지자 새가 많아졌고, 급기야 사람도 많아졌다.

징검다리 중간까지 나아가 남대천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여울을 만난 개천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내려가고 있었다. 멀리서 백로가 징검다리에서 물소리 듣고 있는 여행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설해원 클럽하우스 외관. 우아하고 세련됐다. [사진 양양군, 서핑협회]

양양국제공항 곁에 ‘설해원(雪海園)’이라는 프리미엄 리조트가 있다. 설악산과 동해가 있는 동산이라는 뜻처럼, 리조트에서 설악산과 동해가 모두 보인다.

설해원은 아는 사람은 아는,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가보지는 못한 리조트다. 골퍼 사이에선 사철 푸른 럭셔리 코스이자, 예약 경쟁이 치열한 골프장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객실도 소문만 무성하긴 마찬가지다. 비회원도 이용할 수 있다지만, 늘 예약이 넘쳐난다. 그러나 경험해본 사람은 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침대 베드나 어메니티는 특급호텔 수준이고, 객실에 ‘행복(行服)’이란 이름의 생활복을 비치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설해원은 온천 리조트다. 39도 온천수가 넘쳐나 온천탕은 물론이고 야외 수영장도 100% 온천수를 사용한다. 약알칼리성 온천수로 온천욕을 하면 피부가 미끌미끌해진다. 설해원 온천은 물도 좋지만, 시설도 좋다. 일본 료칸처럼 입구를 꾸민 온천 사우나는 세련됐고, 야외 수영장과 노천 스파는 SNS 인증사진 명소다.

리조트 ‘설해원’ 설악산·동해 보여

양양은 서핑의 고장이고, 서핑의 계절은 의외로 겨울이다. [사진 양양군, 서핑협회]

설해원에서 식사를 한다면 일식을 추천한다. 이 또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설해원 일식조리팀의 리더가 롯데호텔 일식 레스토랑 ‘모모야마’의 총괄 셰프 출신 이민후(61) 셰프다. 롯데호텔에서 33년 근무하고 2021년 8월 설해원으로 옮겨왔다.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정·관·재계 인사와 연예인을 단골로 거느렸던 일식 장인이 양양의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양양은 자타공인 서핑의 고장이다. 통계가 입증한다. 강원도 서핑협회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서핑 인구는 107만3812명이다. 이 중에서 양양군 서핑 인구는 36만2250명이다. 전국 서핑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양양군이 차지한다.

9㎏짜리 대방어 회. 양양 앞바다에서 잡아온 동해 겨울 별미다. [사진 양양군, 서핑협회]

서핑 하면 죽도 해변이지만, 사실 양양 해변 대부분이 서핑 해변이다. 북쪽으로는 큰 파도로 유명한 물치 해변이 있고, 하조대와 낙산 해변, 기사문 해변도 서퍼들로 가득하다. 최근 들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은 죽도 해변 바로 아래에 있는 인구 해변이다. ‘낮엔 죽도 밤엔 인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구 해변은 전국에서 모여든 서퍼들이 밤에 유흥을 즐기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혹시 ‘양리단길’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인구 해변의 클럽과 술집이 몰린 골목을 부르는 이름이다.

서핑은 주로 여름에 즐기는 레저이지만, 사실 서퍼들은 겨울이야말로 서핑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양양군 서핑협회 박준영(49) 회장에 따르면 “겨울은 좋은 파도가 자주 들어오는 계절”이다. 서핑을 즐기려면 파도의 높이가 중요하지만 파도의 길이와 방향, 파도가 들어오는 빈도도 중요하다. 박준영 회장은 “여름에 좋은 파도가 들어오는 비율이 40%라고 하면 겨울에는 7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초보 서퍼는 강습을 꼭 받아야 하는데, 겨울에는 강습소가 한적한 편이어서 오히려 양질의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겨울 서핑의 장점으로 꼽힌다.

양양=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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