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하윤기 “새해 소망은 부상 없이 시즌 완주” [IS 인터뷰]

김영서 2023. 1.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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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띠 절친 이정현·하윤기
초등생 때 농구 캠프서 가까워져
프로 무대까지 라이벌 팀서 대결
비시즌 땐 소줏잔 기울이며 얘기
서로 근황 묻고 힘든 점도 털어놔
이 "캐롯과 할 땐 적당히 해달라"
하 "KT 만나면 살살 해주길 바라"
프로농구 수원 KT 하윤기(왼쪽)와 고양 캐롯 이정현이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프로농구 고양 캐롯 가드 이정현(1m87㎝)과 수원 KT 센터 하윤기(이상 24·2m3.5㎝)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였다. 농구 유망주로 이름을 전국에 떨친 둘은 초등학생 때 중국에서 진행된 농구 캠프에 함께 참가하면서 가까워졌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둘은 만나면 서로 놀리고 장난치기 바쁜 각별한 사이다.

최근 고양체육관에서 일간스포츠가 진행한 공동 인터뷰에서 이정현과 하윤기는 만나자마자 손을 맞잡으며 기뻐했다. 시즌이 진행 중일 때는 좀체 따로 만나기 쉽지 않다고 한다. 하윤기가 넉살 좋은 웃음으로 “이야, 정현”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이정현은 KT 구단 SNS(소셜미디어) 영상에서 하윤기가 우스꽝스럽게 춤췄던 모습을 따라 하며 친구를 놀렸다.

이정현은 “윤기와 자주 만나지 못한다. 경기할 때만 잠깐이나마 볼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꽤 많은 이야기를 한다. 장난도 친다”라며 웃었다. 하윤기도 “비시즌 때 만나면 술도 마시곤 한다.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도 듣고, 힘든 점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이정현의 주량은 소주 한 병, 하윤기의 주량은 소주 두 병이다.

프로농구 수원 KT 하윤기(왼쪽)와 고양 캐롯 이정현이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서로의 첫 기억은 ‘농구 잘하는 아이’였다. 하윤기는 “정현이가 초등학생 때는 포워드였다. 정현이가 나보다 잘했다. 나는 골 밑에만 서 있었다. 친해져 보니, 엄청 착하고 재밌는 친구더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이정현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포워드, 가드, 센터를 다 뛰었다”며 “윤기는 그때도 키가 컸다. 듬직하면서도 사실은 귀여운 구석이 많은 친구”라고 웃었다.

이정현과 하윤기는 학생 때부터 라이벌 팀에서 맞대결했다. 이정현은 군산고-연세대, 하윤기는 삼일상고-고려대 출신이다. 하윤기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연세대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정현이가 너무 잘해서 얄미웠다”고 했다. 이정현은 “고려대를 상대로 진짜 많이 이겼다. 그렇다고 우쭐대거나 한 적은 없다. 고려대와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대학 무대를 평정한 뒤 프로에 나란히 지명됐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하윤기는 1라운드 2순위로 KT, 이정현은 3순위로 고양 오리온(현 캐롯)에 지명됐다. 기대대로 성장했다. 팀의 중심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2년 차 때 성적이 하락하는 징크스도 없다. 적응기를 마치면서 신인 선수 시절보다 발전된 기량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프로농구 수원 KT 하윤기(왼쪽)와 고양 캐롯 이정현이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프로에서 대결은 막상막하다. 하윤기가 속한 KT는 캐롯을 상대로 강하다. 지난 시즌에는 5승 1패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2승 1패로 앞선다. 이정현은 KT를 상대할 때 개인 기록이 좋다. 올 시즌 KT전 3경기에 나서 평균 22득점이다. 하윤기와 이정현은 “경기 시작 전이나 2쿼터가 끝난 뒤인 하프 타임 때 만나면 ‘적당히 해라’ ‘살살하자’ ‘그만 꽂아 넣어라’며 장난을 친다”며 크게 웃었다.

이정현은 리그를 대표하는 가드가 됐다. 하윤기는 “정현이의 강점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강심장’이다. 중요한 순간이나 샷클락(공격 제한 시간 24초)이 거의 다 됐을 때 메이드 능력이 좋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겸비했다. 약점이 따로 없을 정도다. 막기 참 쉽지 않은 선수”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정현은 “김승기 캐롯 감독님 덕분에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나에게 많은 역할과 충분한 출전 시간을 부여해주셨다. ‘무조건 슛을 던지라’고 주문을 많이 하신다. 내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부분에 대해서 김승기 감독님께 많이 혼나면서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농구 고양 캐롯 이정현(왼쪽)과 수원 KT 하윤기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넘치는 탄력과 높이로 ‘베이비 헐크’라 불리는 하윤기는 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로 성장하고 있다. 이정현은 “골 밑에서 압도적인 높이와 덩크 슛이 강점이지 않나. 요즘은 미들 레인지 슛을 많이 던지더라. 윤기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골 밑 플레이는 항상 좋았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픽앤롤 수비는 약점”이라며 웃었다.

‘한국 농구 미래’인 1999년생 이정현과 하윤기는 계묘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정현은 “새해는 텔레비전으로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면서 맞이했다. 토끼띠의 해이지 않나. 다른 해보다 더 빛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하윤기도 “나는 농구가 안 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불안해한다. 토끼띠의 해인 만큼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수원 KT 하윤기(왼쪽)와 고양 캐롯 이정현이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새해 소망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거다. 이정현은 “시즌 전 예상과 다르게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 진 경기들 많다. 경험하면서 발전하고 싶다. 부상 없이 이번 시즌 마치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고 했다. 하윤기도 “주변 사람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부상을 당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계묘년 소망”이라고 했다.

설날을 맞아 서로에게 덕담도 건넸다. 이정현은 “잘하고 있으니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캐롯이랑 할 때는 적당히 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와 덩크 슛 콘테스트에서 상금으로) 받은 600만원으로 한 턱 쏘기를 기다리겠다. 오래 걸려도 계속 기대할 거”라며 웃었다. 하윤기는 “KT랑 만나면 살살 했으면 한다. 다치지 말고, 시즌 마무리 잘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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