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 하라'더니... 아디다스 가맹점 잔혹사

권성훈 2023. 1. 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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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영업] 점포 95곳 중 76곳에 일방 계약해지 통보... "너무 불공정한 상황"

필자는 가맹점주 출신으로 현재 자영업자 단체인 전국수탁사업자협의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연재 '위기의 자영업'을 통해 기업에 종속되어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 그리고 본사 갑질에 시달리며 고사 중인 종속적 자영업자들의 가혹한 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권성훈 기자]

 아디다스 한 매장의 모습.
ⓒ 연합뉴스
 
"현재 수도권의 경우 대부분 프리미엄 아울렛(롯데, 신세계 등 거대 유통사가 소유한 대형 할인점)에 입점한 점포만 수익이 납니다. 일반 로드샵(동네 상권에 입점한 점포)은 온라인 시장 성장으로 매출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죠. 그런데 본사가 사업 혁신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며 점주들 점포 중 알짜 점포는 재계약을 거절한 후 직영점으로 돌리고 대신 부실 점포 몇 개를 던져줬습니다. 그조차도 선택된 19명의 점주에게만요."

인터뷰에 참여한 점주 A씨는 아디다스 점주들과 자신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위와 같이 알렸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갑질'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통상 '윤리경영'이라는 고상한 이상이 채 자리잡지 못한, 그러니까 아직 '이윤'에만 전전긍긍하는 미성숙한(?) 기업 주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세계 최고의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도구'로 전락한 사업 파트너

이 분쟁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러했다. 2022년 1월, 아디다스 코리아 본사는 오랜 기간 동업자 관계였던 가맹점주 95명 중 19명을 제외한 나머지에게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사업을 정리할 것을 통보했다. 본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점주는 2024년까지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우리 점주 중에는 경력이 30~40년 된 분들도 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본사와 점주 관계가 상당히 우호적이었거든요. 언제나 우리와 대화로 해결했으니까요."

이렇게 기억을 더듬은 아디다스 점주 B씨는, 자신도 2004년부터 이 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이게 가능했던 건 서로 투명했기 때문입니다. 본사는 전산에 등록되는 자료로 점주들의 경영 상태를 훤히 알고 있었고, 우리도 본사 경영 상태를 공시자료를 통해 알고요. 그런데 이게 어느 시점부터 삐걱거린 거죠. 아디다스 코리아가 원래 한국법인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날 유한회사로 바꾸더니 지금은 '유한책임회사'로 바뀌었어요. 유한책임회사는 기업 정보 공시의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양쪽이 다 투명했는데, 지금은 본사가 자기 유리창에 까만 시트지를 발라 못 보게 한 거죠. 그때부터 틀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코로나19 재난 중 점주들이 많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점주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대출까지 받으며 본사에서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거기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아디다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점주들이 제품을 팔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사가 2021년 12월부터 이 온라인 판매를 일방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이 말에 점주 A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을 덧붙였다.

"온라인 판매 사업은 우리 점주들이 2011년에 글로벌 본사에 제안한 겁니다. 그래서 점주들이 방문한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온라인 쇼핑몰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포인트 적립' 등 여러 혜택을 거론하며 홍보한 거죠. 그렇게 온라인 매출을 전체 매출의 15%까지 끌어 올렸더니 이걸 50%까지 끌어 올리라고 독려하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본사가 온라인 사업권을 독점한 겁니다. 한마디로 토사구팽이죠."

비정한 욕망, 이윤의 독점
 
 아디다스 코리아 온라인 쇼핑몰 첫 화면
ⓒ 아디다스 코리아
 
점주들이 전한 바에 의하면 아디다스와 같은 대형 스포츠웨어 기업은 한 명의 점주가 다수의 점포를 소유하게 하는 '다점포 전략'을 고수한다고 한다. 실제 아디다스 점주들은 한 명이 여러 점포를 소유하고 있었다.

"한 명의 점주가 여러 점포를 소유한 건 본사 전략이죠. 그래도 예전에는 대다수 점포의 매출이 비슷하게 나왔어요. 수익도 괜찮았고요. 그런데 온라인 판매 등 사업 환경 변화로 매출이 떨어지는 점포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언젠가부터 점주들이 매출 좋은 점포 한두 개로 그렇지 않은 점포 여러 개를 유지하는 상태가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돈 되는 점포는 본사가 가져 간 거죠. 거기다 자신들이 선택한 19명 점주에게조차 쭉정이 점포만 몰아준 겁니다."

그러니까 현재 상황은 구멍난 보트에서 악전고투하는 점주들을 버린 것은 물론, 본사가 구해주겠다고 선택한 19명 점주에게도 그들이 타고 있던 튼튼한 배를 징발하고 대신 허름하고 구멍이 난 배를 던져준 격이라는 것이다.

문득 얼마 전 기고한 '쿠쿠전자'의 대리점 갑질 사건이 떠올랐다. 쿠쿠전자의 경우도 대리점에 대해 재계약을 거절하거나 직영점을 대리점 인근에 개설하여 대리점이 스스로 폐점하게 했다. 모양새만 조금 다를 뿐 두 본사가 의도한 목적은 같았다. 거래 상대방이며 상대적 약자인 '을'을 희생시켜서 '이윤을 독점'하고자 하는 것이다(관련기사 : 돌아온 건 모욕과 계약해지, 어느 쿠쿠 점주의 비극 https://omn.kr/228xu).

필자는 이미 적자가 나고 있는 점포를 점주들이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현재 점주들은 재정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점주 B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앞서 밝혔지만, 점주들이 본격 타격을 입은 계기가 코로나19였습니다. 저희는 9개월 전 선주문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어떻겠어요? 점주들은 재난 와중에도 이후를 대비해 집 담보 대출까지 받아 신상품을 주문한 겁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이 벌어진 것이고요. 지금은 자칫 한 발 잘못 디디면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이니 겁나서 뭘 못하는 겁니다. 더군다나 본사가 이렇게 등 돌릴 거라고도 생각 못 했죠. 이러니 지금 상황에서 퇴출당하면 파산할 사람 적잖습니다. 그야말로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거죠."

그가 분노하는 이유

"구조조정? 계약해지? 있을 수 있겠죠. 피하고 싶지만, 이 또한 사업의 본질 중 하나이니까요. 문제는 과정입니다. 한때 본사는 점주들에게 '이 사업은 대를 이어 운영해야 한다'며 '세컨드 제너레이션'이란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독려했습니다. 실제, 점주 중에는 멀쩡하게 직장 다니던 자식을 그만두게 하고 점포에서 일하게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거기다 코로나19라는 불의의 재난을 버틴 동업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이제는 그만하라고 하는 겁니다. 점주들은 물론 그 자식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는 거죠?

본사는 전산망을 통해 우리 사정을 훤히 알아요. 그들은 지금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본사가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거죠. 우리를 사람이 아닌 숫자나 하나의 데이터로 취급을 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너무 불쾌합니다. 그리고 너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요."(점주 B씨)

이와 관련 아이다스 코리아측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계약을 유지할) 파트너 선정 기준은 계속해서 설명과 고지를 했고, 계약이 해지되는 파트너에게는 3년이라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줬다"라며 "온라인몰을 점주들의 제안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되레 본사가 온라인몰을 통해 점주들의 재고소진을 위해 그간 배려를 해온 것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작품 <로저와 나>에서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회사인 GM사가 이윤을 위해 자행한 대량해고와 공장폐쇄로 '플린트'라는 도시가 황폐진 상황을 다루었다. 당시 그 냉혹한 구조조정으로 GM의 경영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수익을 챙겼지만, 노동자 개인들은 알코올 중독 등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들의 가정까지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다큐 <로저와 나>는 기업 경영에서 '윤리'가 빠졌을 때 그들이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아디다스 코리아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가한 이번 행위를 과연 본사의 주장처럼 기업의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의문만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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