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만들어줄 때 가장 행복… 이어령씨는 다 주고 싶은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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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가장 기뻤던 때는, 그에게 원하는 서재를 만들어주던 때였다. 이어령씨는 내게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은 그런 남편이었다."
강인숙 관장은 머리말에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 쓴 '집 이야기'"라면서 "결국은 이어령씨의 '집 이야기'도 되지 않을 수 없는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그를 잘못 읽었을까 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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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숙 지음
열림원, 392쪽, 1만9000원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가장 기뻤던 때는, 그에게 원하는 서재를 만들어주던 때였다. 이어령씨는 내게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은 그런 남편이었다.”
글 쓰는 부부에겐 각자의 서재가 있는 집이 필요했다. 아이 셋을 낳았다. 그냥 집이 아니라 방이 많은 집이 필요했다. 일곱 번의 이사를 거쳐 평창동에 원하는 크기의 집을 갖는 데 성공한 것은 1974년, 결혼한 지 16년이 돼서였다. 인적 없는 산 중턱에 외딴 집을 지었다.
문학평론가이자 국문학자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은 남편 이어령 선생에게 제대로 된 서재를 만들어주고 어느 때보다 큰 기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글로 지은 집’은 부부의 주택 연대기다. 신혼을 보낸 단칸방에서 이어령 선생이 잠든 평창동 집까지 더 나은 공간을 얻기 위한 부부의 투쟁이, 60여 년의 결혼 생활이 책에 담겼다.
2015년 대장암에 걸린 이어령 선생은 끝내지 못한 글들을 쓰기 위해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기에 강인숙 관장은 삶을 정리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순을 앞둔 부부가 하나는 아래층에서 ‘집 이야기’를 쓰고, 하나는 위층에서 ‘한국인 이야기’를 썼다.
강인숙 관장은 머리말에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 쓴 ‘집 이야기’”라면서 “결국은 이어령씨의 ‘집 이야기’도 되지 않을 수 없는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그를 잘못 읽었을까 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책에는 부부가 살았던 여덟 곳의 집 이야기가 나온다. “(이어령과) 5년이나 사귀고도 결혼할 게 아니면 끝내라”는 어머니의 말에 서둘러 구한 성북동 골짜기의 셋방, 머리맡에 놓은 어항 속 붕어가 얼어버릴 정도로 추웠던 삼선교의 북향집, 첫 아이를 낳은 청파동 1가, 박경리 선생 등과 왕래하던 성북동 이층집 등이 소개된다.
공간들은 두 사람의 결혼식 풍경, 가족과 문인들에 얽힌 추억, 4·19 혁명과 5·16 군사 정변 등을 동네 한복판에서 목도한 경험, 이어령 선생의 집필 비화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1933년 함경남도 갑산에서 태어났고 1945년 월남했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숙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 대학 동기인 이어령 선생과 결혼해 2남 1녀를 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데뷔했다. 건국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퇴임 후 영인문학관을 세웠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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