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클릭 몇 번이면 김정은 집무실까지…동선 다 찍혔다

배재성 2023. 1. 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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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로 알려진 노동당 1호 청사를 촬영한 위성사진. 지하시설로 연결되는 터널 입구(화살표)가 보인다. 사진=맥사 테크놀로지 (구글어스)

북한이 최근 “정찰위성을 시험했다”며 서울과 인천 일대 사진을 공개했지만, 민간 위성사진에는 평양 곳곳의 주요 시설은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과 관저까지 선명히 포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정찰위성을 띄우지 않아도 북한 지도자가 오가는 민감한 동선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VOA(미국의소리)는 18일(현지 시각) ‘구글 어스’ 로 들여다본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 건물(노동당 1호 청사) 구석구석을 소개하면서 “굳이 정찰위성을 띄우지 않아도 북한 지도자가 오가는 민감한 동선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는 “북한이 개발 중인 ‘정찰위성’은 미국의 민간 위성 기술 수준을 뛰어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VOA에 따르면 ‘구글 어스’ 위성 사진에 김정은의 집무실로 알려진 ‘노동당 1호 청사’를 검색했더니 사각형 모양의 건물 3개가 연결된 청사 형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VOA는 “경비가 삼엄해 약 6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최소 3개의 경비 초소를 지나야 1호 청사에 다다르게 되는 ‘접근 경로’도 쉽게 그려볼 수 있다”며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촬영한 이 일대 사진 수십장까지 공개돼 지난 23년간 이곳의 변화도 세세히 관측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 어스가 제공하는 사진의 선명도는 부지 내 가로등까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지만 위성을 통해선 손쉽게 관찰할 수 있는 노동당 1호 청사는 지난 5년간 크고 작은 공사를 거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구글 어스 사진들에 따르면 2017년까지만 해도 청사 주건물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 형태였지만, 이듬해 중심 부위에 지붕이 덮이면서 하나의 온전한 건물이 됐다.

주 건물과 서쪽에 붙어있는 건물도 기존엔 양옆 통로만이 연결돼 있었지만 지금은 통로 부분에 지붕이 씌워진 모습이다.

특히 주 건물 남쪽에 붙어 있는 정사각형 건물 바로 옆 도로에선 2020년 9월과 2021년 3월 포장 공사가 진행됐는데, 멀쩡한 도로에서 두 차례나 공사가 진행됐다.

노동당 청사의 남쪽 건물 바로 앞에는 터널 입구가 보이는데 외형만으론 어떤 용도인지 파악할 수 없지만 긴급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주거시설로 알려진 15호 관저. 1. 관저와 지하시설을 연결하는 건물 2. 관저 3. 관저 입구 4. 또 다른 지하시설 연결 통로. 사진=맥사 테크놀로지 (구글어스)

터널 입구 바로 윗부분엔 정원이 조성돼 있는데, 정원을 따라 남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거주지로 알려진 ‘15호 관저’까지 선명히 포착된다.

주위로는 높은 담장이 둘러쳐져 있다. 관저의 남서쪽 지대에는 두께가 1.8m에 이르는 외벽 2개가 가운데 빈 곳을 두고 서 있다. 외벽 속에 문이 감춰져 있다면 이곳은 관저 입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무력 충돌 시 성능이 훨씬 우수한 정찰 자산을 지닌 미국과 한국은 그동안 정밀하게 확인되고 분석된 북한 지도부의 동선을 즉시 겨냥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개발 중인 ‘정찰위성’은 미국의 민간 위성 기술 수준을 뛰어넘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센 연구원은 “우주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무언가 궤도에 올려야 한다”면서 “북한은 (과거) 2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고 이후 몇 개를 더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궤도에 오른 2개의 위성도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안다”며 “위성을 궤도에 올린다 해도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건 별개의 문제다. 다른 우주 강국들도 여러 차례 실패를 거쳐 확보한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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