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배임 규모 네 자릿수?" 검찰이 준비하는 핵심 증거
오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전망이다. 지난 대선 정국을 달궜던 ‘대장동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28일 검찰이 수사를 본격적으로 넘겨받은 지 1년 4개월여 만이다.
이재명 배임 규모 ‘네 자릿수’ 전망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에 “오는 28일 오전 10시 30분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당초 검찰은 금요일인 27일 오전 9시 30분을 소환 시점으로 제시했지만, 이 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주중에는 일이 있다”며 주말 조사를 받겠다고 역제안한 것이다. 검찰은 “통상적인 일정 협의가 아니다”라며 불쾌해 하면서도 이 대표 뜻에 맞춰주겠다는 방침이다.
조사의 핵심 테마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성남시의 각종 인·허가 과정이 고의로 시에 손해를 끼친 배임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을 ‘651억원 α’ 규모의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의 윗선으로 이 대표를 지목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수사팀을 꾸려 사실상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아파트 분양수익 등을 추가로 집계해 왔다. 검찰 내부에선 “배임 혐의 액수는 네 자릿수로 특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여전히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지난 18일 민생 일정 중 기자들을 만나 “민간 개발하지 않고 공공 개발해서 개발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환수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그래서 개발 이익의 절반 이상을 땅값이 오르기 전 기준으로 하면 70% 넘게 돈 한 푼 안 들이고, 위험 부담 하나도 안 하고 성남 시민을 위해 환수한 게 배임죄냐. 뭐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며 “실체의 상당 부분이 이미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서판교터널 개통 계획 고시 결정을 검찰은 핵심적인 물적 증거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서판교터널은 판교신도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장동 일대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2015년 서판교터널 민간 사업자를 선정한 후 1년 뒤인 2016년에 고시했다. 이처럼 늑장 고시를 통해 민간사업자들이 호재가 반영되지 않은 가격에 토지를 수용하게 한 뒤, 호재를 반영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하도록 해 부당이득을 극대화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또 이 대표가 자신의 공약인 ‘성남 제1공단 공원화’를 위해 민간사업자에게서 사업비를 끌어오고, 대신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사업자 측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간업자 요구를 들어줬다는 측면에서 성남FC 사례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아직 이들에게서 이 대표 본인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진술을 확보하진 못한 상태다.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해선 “계속 수사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로비 의혹을 제외한 배임죄를 중심에 둔 특혜 의혹만으로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제3자뇌물제공)과 합쳐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첫 판에 승부가 갈린다”며 “영장이 한 번 기각되면 재청구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만큼 이 대표에 대해 두 차례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김만배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관련해 화천대유 임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불법 수익금을 성과급 명목으로 둔갑시켜 화천대유 양모 전무 등 4명에게 70억원 가량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10억대 뒷돈 혐의’ 김용, 재판서 혐의 부인
한편 먼저 기소된 김용 전 부원장은 이날 법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측으로부터 지난 대선기간 예비경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받고, 2013년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9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조병구)의 공판준비기일에 나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이 지난 기일에 “공소장에 재판부의 예단을 형성할 수 있는 전제 사실이 많이 적혀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날 재판부는 검찰에 “전제 사실을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 사이에 금원이 오갔는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뇌물인지 등을 핵심적으로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중·김철웅·오효정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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