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유쾌한 반란' 진앙지는 호남?

최경준 2023. 1.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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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기회경기 워크숍 등 도정에서 '금기 깨기' 구현... "기득권과 싸워온 광주정신 계승"

[최경준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경기 팀장급 워크숍'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 경기도
 
'틀 깨기!'

공무원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유쾌한 반란'이 연일 화제다. 새해부터 경기도청 간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격의 없이 토론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집단지성의 장'을 잇따라 만들었다.

'기득권 깨기, 발상의 전환'으로 요약되는 '유쾌한 반란'은 김동연 지사 스스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호남의 '민주화 정신'과 맞닿아 있다. 경제부총리를 끝으로 34년 공직 생활을 마감한 김 지사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호남이었고, 정계 입문 전후로 가장 많이 방문한 곳도 호남이었다.

그는 "호남이 정권교체를 넘는 정치세력 교체의 '진앙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호남의 민주화 정신이 김동연 지사가 경기도정에 구현하고 있는 혁신 정책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기득권·세계관·관성과 타성, 세 가지 금기 깨보자"

지난 18일 오전 10시 경기도청 대강당. 김동연 지사를 비롯해 행정1·2·경제부지사, 도정자문위원, 팀장급 4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열린 '2023 기회경기 공감 워크숍'. 직렬과 실․국간 칸막이를 넘어 팀장급 전 공무원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소통하며 공직사회의 관행과 관성을 벗어나 틀을 깨는 행정을 선도하자는 취지다.

지난 6일 실국장급 '기회 경기 워크숍'과 12~13일 '경기 TED 과장급 워크숍'에 이은 세 번째 '집단지성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김동연 지사와 부지사 3명, 정책·정무·행정·기회경기수석, 실·국장, 공공기관장, 도정 자문위원 등은 '기회 경기 워크숍'에서 이틀에 걸쳐 10시간 동안 정책토론을 벌였다. 사전 자료도, 휴대폰도, 시간 제약도 없는 3무(無) 토론이었고, 열띤 논쟁 속에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김 지사는 이날 워크숍에서 기득권 깨기, 세계관 깨기, 관성과 타성 깨기 등 세 가지 금기 깨기를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경기 팀장급 워크숍'에서 팀장과의 맞손토크에 참여하고 있다.
ⓒ 경기도
 
'경기 TED 과장급 워크숍'은 경기도 과장급, 공공기관 본부장급 총 280여 명이 준비한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현장에서 논의하는 정책 오디션으로 진행됐다. 1등 상금이 최대 1천만 원이다. 이틀간 40명(안건 41개)이 발표에 나섰지만, 발표의 내용, 형식, 태도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과장이 있는가 하면 손바닥만 한 발표 대본을 만들어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 과장, 삼행시를 준비한 열혈파도 있었다. A과장은 밤샘 연습 끝에 자신감 있는 어조를 보이다가 부지사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말을 더듬는 등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동연 지사는 스스로를 '유쾌한 반란의 수괴'로 지칭했다. 김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형성됐던 틀을 깨는 반란을 일으켜보자"며 "진정성을 지니고 공직자의 틀을 깨는 반란을 시도해 본다면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 사회를 뒤집는 반란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보면 저는 반란의 수괴다. 일에 대한 책임은 제가 오롯이 질 테니 저를 믿고 우리 함께 해 봅시다"라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정책발굴과 공무원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김 지사의 새로운 도전은 경기도에서 모두 처음 시도하는 일들이다. 경기도정에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자는 김동연 지사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김동연이 부총리 그만두고 호남으로 간 까닭은?

김동연 지사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유쾌한 반란'을 주창해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지사는 2018년 12월 경제부총리를 그만두고 전국을 다니며 민심을 들었다. 그가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이 전라남도 구례, 순천, 광양, 보성, 여수였다.

지난 2019년 6월 전북 전주에서 열린 '선도기업 혁신' 행사에서 강연한 김동연 지사는 "혁신은 기업뿐 아니라 공공부문, 교육, 군, 정치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야 사회를 '뒤집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뒤집자는 의미의 제 강연 제목인 유쾌한 반란은 그래서 혁신의 또 다른 표현이다. 혁신, 경기규칙 바꾸기, 기득권 카르텔 깨기, 뒤집기.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해 9월 김동연 지사는 전라남도가 개최한 제233회 전남포럼에 초청받아 도청 김대중 강당에서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당시 포럼에는 예상했던 900여 명을 훌쩍 뛰어넘는 1,100여 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0년 5월 전남 보성군 벌교읍 우리원 농장에서 청년 농부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는 모습.
ⓒ 김동연페이스북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0년 5월 전남 여수 안포어촌계를 방문, 밤바다로 나가 어민들과 함께 '가을 전어'를 잡고 있는 모습.
ⓒ 김동연페이스북
 
김 지사는 이날 강연에서도 "혁신은 생각을 뒤집는 것으로,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개혁이고 반란"이라며 "기업,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교육, 공공 등 모든 부문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0년도 더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이 경세유표에서 한 말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뒤, "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정령 망하고 나서야 그칠 것이다"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전국을 돌며 민심을 들은 김동연 지사는 2019년 12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만들고, 이사장을 맡았다. 김 지사는 그 후에도 호남을 일 년에 두세 차례 방문하곤 했다.

김동연 지사는 2020년 5월 전남 보성군 벌교읍 우리원 농장에서 청년 농부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이어 '청년 농부들과 함께하는 유쾌한 농담(農談)'이라는 주제의 간담회가 열렸고, 청년 농부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마케팅, 시장경쟁력 상승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 지사는 "청년, 농업, 혁신은 공통분모라고 생각되고, 우리 사회 혁신을 여러 분야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가져올까 고민이 깊어서 '유쾌한 반란'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들게 됐다"며 "많은 사람이 농업 혁신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서로 고민하고 대화하며 공유한다면 반드시 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해 10월 다시 전남 무안, 장성, 보성 등에 가서 청년 농부들과 함께 벼를 베고, 콤바인을 몰면서 농업혁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여수 안포어촌계에서는 밤바다로 나가 '가을 전어'를 그물로 잡아 올리기도 했다.

김동연 지사가 2021년 9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가장 먼저 방문한 지역 역시 호남이었다. 당시 김 지사의 언행을 보면,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김동연 지사가 유독 호남에 애착을 보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당시 SNS에 "우리 역사에서 호남은 늘 정치변혁의 중심이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민주화의 기치를 높이 들었고, 정치 격변기에는 중심을 굳건히 잡았다"며 "진앙(震央)은 지진이 일어나는 진원 바로 위에 있는 지점이란 뜻이다. 호남이 정권교체를 넘는 정치세력 교체의 '진앙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80년 광주의 청년들은 독재에 항거하며 쓰러져 갔는데, 이 시대의 청년들은 경제 양극화, 기회의 불평등, 불공정, 각종 비리, 수저 색깔로 결정되는 미래 등 다른 형태의 시련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며 "'1980년 광주' 시민들이 시작했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여정을 우리가 마무리해야 한다. 40년간 권력을 분점하며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한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지사는 5·18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 '대한민국을 위해 항상 기득권과 싸워온 광주정신을 이어받아 기회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통해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김동연 지사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과 지방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전남·전북과 잇따라 상생발전 협약을 맺는 등 호남과의 연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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