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홀로 출석' 예고…침묵→적극 반박, 전략 바꾼 이유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침묵하며 ‘방탄 논란’을 키워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에 대해 “사법 리스크가 아닌 검찰 리스크”라고 받아쳤다. 대장동 비리 의혹과 관련한 서울중앙지검의 추가 소환에는 통보 받은지 이틀만에 출석(28일)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소환 요청을 한 차례 거부하며 머뭇거렸던 것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18일엔 생방송 KBS 뉴스에 15분간 출연했다.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으로부터 변호사비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대낮 도깨비 같은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방탄 논란’에는 “개인에 대한 공격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당에 대한 공격이라는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당이 부당하다는 말을 안 하는 게 정상이냐”고 되물었다.
특히 의원 40여명을 대동했던 지난 10일과 달리 28일 검찰 출석에는 “홀로 가겠다”고 밝혀 당내 비명계를 의식하는 제스처도 취했다. 비명계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굉장히 잘한 결정”이라며 “반대쪽에서 시위하고 고난을 치르시겠지만, 그 모습에서 이 대표 주장의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 역시 “지난번 성남지청 출두 때 모습을 보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꽤 많이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없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나 홀로 출석’은 개인 자격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하라는 당내 ‘분리 대응론’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비명계는 “이 대표의 여러 의혹은 성남시장 시절 있었던 일 아니냐, 당이 나서서 방어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가 ‘나 홀로 대응’을 선언할수록 당내 구심력이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변화는 “자신을 둘러싼 다소 불리한 여론전을 재정비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명계 한 의원은 “검찰이 내년 총선까지 수사를 질질 끌면서 이 대표를 건건이 불러서 망신주는, 장기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번 ‘나간다 만다’로 시간을 소모하느니 ‘내가 갈 테니 빨리 결론 내라’고 오히려 검찰을 압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층은 검찰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표가 결백하다고 믿어주겠지만, 중도층은 검찰에 안 나가면 ‘뭐가 있어서 안 나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어 여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설 명절을 앞둔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의 방공부대를 찾았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처음 포착한 부대다. 이 대표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나니 아주 신속하게 무인기를 식별해내고 즉각 보고해서 충분히 여러분은 잘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국민을 위해서 치르는 희생에 대해서는 더 나은 처우, 더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후에는 민생 행보로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 있는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위문희ㆍ강보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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