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구도 깨려면 의원수부터 늘려야"...선거제 논의 좌충우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9일 처음 개최한 선거법 관련 전문가 공청회에서 “거대 양당의 독식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는 이날 오후 2시 선거법 전문가 4명을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민의힘 소속 조해진 소위원장을 비롯해 김성원·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김영배·신정훈·허영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의석수를 정당별 득표 비율에 맞추는 ‘비례성 강화’를 강조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구 의석을 줄이든,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면서 의원 정수를 늘리든, 전체적으로는 비례 의석이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례의원만 늘어나면, 준(準) 연동형, 완전 연동형 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는 부차적”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도 비례의원 증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건 현직 의원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전체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비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해 온 권역별 비례제에 대해서는 “비례대표제는 직능·사회 대표성을 보장하는 건데, 권역별 비례제는 지역 대표성만 강화해 비례제 취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한 중대선거구제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장 교수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양당이 독점하는 현상을 들며 “중대선거구제가 양당 체제를 해소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는 같은 당 후보끼리 경쟁하게 돼 학계에서도 단점이 많은 제도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내놓은 10인 이상 대선거구제에 대해서도 “강원도·전라도 식으로 국회의원 선거구를 늘리면 광역단체장과 차이가 무엇인가”(장승진 교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문 교수는 “한국 정치의 병리학적 문제는 양당 독식 체제, 지역주의, 정쟁 중심 양극화”라며 “단순 다수제에서 선거 승리만 목적이 되니 이미지 정치만 난무하고 정책 대결과 거리가 멀어졌다”고 비판했다. 전문가 발제 후 이뤄진 비공개회의에서는 지역균형, 비례성, 대표성, 다당제 등 선거제 변화를 위한 핵심 지표와 우선순위에 대한 질의 답변이 이어졌다고 한다.
다만 여야가 중대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의 이견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제기된 ‘의원 정수 확대’ 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개특위는 지난 11일부터 선거제 개편안 심사에 돌입했지만, 위성정당 사태를 초래했던 ‘준 연동형 비례제’를 바꾸자는 것 외에는 합의를 못 이뤘다. 특히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적 거부감이 커서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눈치만 보고 있다”(정개특위 관계자)는 말이 나온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공청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 정수 확대에는 의원마다 견해차가 있다”며 “국민 수용성 때문에 어렵다고 판단하는 의원도 있고, 현실적인 개혁을 하려면 국민 설득이 빠르지 않을까 생각하는 의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개특위 내에서는 그 정도 의견이어서, 전체 의원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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