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박효신·박은태·카이가 ‘베토벤’을 대하는 방법
코리올란 서곡, 교향곡 3번 Op.55(영웅 교향곡), 교향곡 5번 Op.67(운명 교향곡)을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월광) 등 음악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선율로 온 세상을 구원했지만 단 한 순간의 평범한 행복도 허락되지 않았던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 그의 견고하고 내밀한 삶과 사랑이 약 7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탄생한 뮤지컬 ‘베토벤’에 담겼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는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이 작품의 이야기는 한 통의 편지,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면서 “위대한 음악가가 청력을 상실해가면서 어떻게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작품에선 그 답을 ‘사랑’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뮤지컬의 특성상 대부분은 가장 극적인 순간에 집중해서 그 안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을 공유하게 된다. 일생을 담은 서사보다는 그 감정의 수직과 상승이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는 시기를 골라야 했고,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적 상황과 불멸의 연인이라는 환희에 찬 극명한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 입장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연기한다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안토니 브렌타노 역의 조정은은 “베토벤과 토니의 사이에 무엇이 서로를 강렬하게 끌리게 만들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어떻게 관객들에게 이런 부분에 있어서 공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여러 시도를 했는데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없는 무엇을 추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남녀의 사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사랑은 불멸하다는 것에 포커스를 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어떻게 작품을 해석했는지 설명했다.
‘베토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포인트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베토벤의 직업성을 보여주는 지휘 장면이 관객들로부터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토벤 역할의 배우가 공연 도중 오케스트라 피트로 내려와서 지위를 하면서 또 다른 볼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문정 음악감독은 “작품을 제작할 당시에 피트를 많이 노출을 시켜서 관객들에게 베토벤의 음악을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장면의 시작이었다”면서 “여느 공연의 피트 높이보다 ‘베토벤’의 오케스트라 피트가 상당히 올라와 있다. 연출적 의도였고, 동시에 베토벤의 음악적 직업성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 당시 가발과 정장을 착용하고 귀족들 앞에서 시연했던 연주자들처럼 실제 연주자들이 가발과 정장을 입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전했다.
베토벤 역을 맡은 배우들이 각자 베토벤의 음악을 대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었다.
카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베토벤의 음악이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놓은 그 상태 그대로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노래를 불러내고 있다”면서 “기악곡이 아니라 뮤지컬이란 장르로 다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제가 하는 연기와 노래가 기존 음악의 흐름을 끊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은태는 오히려 훌륭한 음악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곡이나 음악의 힘이 너무 강하다. 우리가 하고 있는 작품은 어찌 보면 베토벤의 음악을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뮤지컬로서 드라마를 전달해야 하는 게 큰 목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자칫 그 음악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인물로서 다가가려고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다른 해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저와 카이, 박효신 씨의 베토벤이 모두 다른 느낌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문정 음악감독도 “베토벤 역의 배우들이 연습실에서도 인상을 쓰고, 걸어 다닐 때도 뒷짐을 지고 다니는 등 역할에 굉장히 몰입해 있다. 흡사 헤어스타일과 성격, 말투까지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춰가는 듯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박효신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베토벤의 절규나 절절함을 잘 표현하는 배우이고, 박은태는 섬세한 연기로 분노와 절규 등 다양한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 배우다. 또 카이는 가장 클래식을 베이스로 했던 배우이기 때문에 베토벤의 선율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자의 매력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는 “작품은 사랑의힘이 우리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서 “베토벤이 절망, 고통과 함께 하지만 그 안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한 것처럼 관객들도 역시 같은 상황에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베토벤’은 3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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