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이겨냈던 118세 수녀…장수 비결은 매일 먹은 이 음식
세계 최고령자인 프랑스의 수녀 앙드레(본명 루실 랑동)가 17일(현지시간) 11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무수한 시대의 질곡을 겪은 그가 생전 남긴 메시지는 “평생 일을 놓지 말 것”과 “더 많이 사랑할 것”이었다.
BBC 등 외신은 이날 앙드레 수녀가 프랑스 남부 항구 도시인 툴롱의 양로원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양로원 측은 “매우 슬프지만, 먼저 별세한 남자 형제들을 그리워했던 앙드레 수녀에겐 죽음이 해방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잠을 자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앙드레 수녀는 1904년 2월 11일 태어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10년 전으로, 뉴욕에 처음으로 지하철이 개통된 해이기도 하다. 스페인 초현실주의 작가인 살바도르 달리, 미국의 세계적인 동화 작가 탁터수스와도 출생 연도가 같다.
그는 남프랑스의 소도시인 알레스에서 세 명의 오빠와 함께 자랐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열 두살 되던 해 고향을 떠나야 했고, 이후 파리·마르세유 등에서 가정교사와 간병인으로 일했다. 26세에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그는, 40세에 한 자선단체에 입회하며 수녀의 삶을 결심했다. 이후 프랑스 중부 비시에 위치한 가톨릭 병원에서 30년 가까이 고아와 노인을 돌봤고, 이어 남동부로 옮겨 6년 동안 간병인으로 일했다.
75세에 은퇴하면서 툴롱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일을 놓지 않았다. 양로원에서 지내며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돕고, 주민을 만나 신앙 상담을 해줬다. 시력이 나빠져 앞이 거의 보이지 않고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야 했지만 쉬지 않았다. 지난해 4월, AFP 등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108세가 될 때까지 일했다”며 “사람들은 일 때문에 죽겠다고 하지만, 내게 일이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앙드레 수녀가 보유한 세계 기록은 또 있다. 지난 2021년 1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전염됐지만 탈 없이 회복하면서 ‘최고령 코로나19 생존자’ 기록을 얻었다. 그가 머물던 양로원에선 88명의 노인 중 81명이 확진됐고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 크레이그 글렌데이 기네스북 편집장은 “플라스틱과 지퍼가 특허를 받기도 전에 태어난 사람이 21세기까지 잘 살아있고 코로나19까지 이겨내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당시 NYT 등에 따르면 앙드레 수녀는 “죽음이 두렵지 않기 때문에 담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약 한 세기 전인 1918년부터 2년 동안 창궐했던 스페인 독감으로부터도 살아남았다.
그가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현지 언론 프랑스24에 따르면 그는 “비밀은 선하신 하나님만이 아신다”며 DNA 샘플 채취 등을 거부했다고 한다. 양로원 측은 “그가 하루 한 잔씩 와인을 마시고 초콜릿을 조금씩 먹었다”며 “장수의 비결일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120년 가까이 살며 그가 얻은 교훈은 “남을 미워하지 말고, 서로 돕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인터뷰에서 “우리가 모두 이런 자세를 공유한다면 삶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앙드레 수녀가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최고령 기록은 스페인의 마리아 브라냐스모레라(115)가 될 전망이다. AFP는 기네스를 인용해 “서류 검토 등을 거쳐 조만간 공식 선언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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