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던 뉴질랜드 총리 "사임하겠다"…악재 겹치고, 결혼 문제도
“지난 6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어요. 이제 물러날 때가 왔습니다.”
저신다 아던(43) 뉴질랜드 총리가 돌연 2월 초에 사임할 계획이며 오는 10월 총선에도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7년 만 37세 나이로 세계 최연소 여성 정부 수반 기록을 세웠던 아던 총리가 6년 만에 물러나는 셈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집권 노동당 연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은 특권적이지만 도전적인 직업 중 하나”라며 “예상치 못한 도전에 대비해 '탱크'를 가득 채우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여름에 내가 1년 더 총리직을 맡기 위한 '탱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나도 인간이다. 에너지가 고갈됐다”고 눈물을 삼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던 총리는 늦어도 다음 달 7일까지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국회의원직은 오는 4월까지 유지하지만, 오는 10월 14일 치르는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그는 밝혔다. 노동당은 오는 22일 차기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결국 차기 총리는 10월 총선 결과에 따라 정권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아던 총리는 당분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만 5세인) 딸 니브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등·하교를 함께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장에 있던 사실혼 관계의 방송인 클라크 게이포드를 향해 “우리 이제 결혼식을 올리자”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지난해 1월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취소했다.
아던 총리는 지난 2017년 노동당 대표를 맡아 그해 10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총리에 올랐다. 그가 이끄는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거의 모든 외국과 왕래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둬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 힘입어 그해 총선에서도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방역 정책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론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고물가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던 총리의 실언은 결정타가 됐다. 아던 총리가 지난달 하원 토론회에서 야당인 행동당(ACT)의 데이비드 시모어 대표를 항해 “오만한 멍청이”라고 말한 것이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면서 구설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0%에 가까웠던 아던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해 30%대로 반 토막이 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29% 선까지 떨어졌다. 제1야당인 국민당의 지지율은 40%대로 올랐지만, 노동당은 30%대로 떨어졌다.
뉴질랜드 헤럴드가 19일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아던 총리 사임 찬반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에선 약 6만명 중 75%(4만5000명)가 사임에 찬성했다. 결국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악재가 계속되자 사의를 밝힌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다만 아던 총리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스 태국 '시스루 드레스'는 캔 쓰레기였다…뒤늦게 밝힌 속뜻 | 중앙일보
- 차 블랙박스 돌려놔 불륜 현장 촬영…남편 잡으려다 유죄, 왜 | 중앙일보
- 영국팬 80% “선발서 빼라”…손흥민, 정말 괜찮은거야? | 중앙일보
- "이러려고 만삭에 석사 땄나…승진한 남편 보면 화납니다" | 중앙일보
- 까매진 침대, 담배꽁초 범벅…"모텔 테러범 잡아 죽이고 싶다" | 중앙일보
- '끼리끼리 결혼' 적은 한국…고소득 남편-저소득 아내 많은 이유 | 중앙일보
- “내 남편의 바람을 고백합니다” 이래야 아옳이가 돈을 번다 | 중앙일보
- 목 졸렸지만 다리 걸어 제압…강도 붙잡은 20대 여성 정체 | 중앙일보
- [단독]한동훈 "'변태들의 마을' 봐라"…간부들에 꺼낸 다큐 2편 | 중앙일보
- 죽어서도 냉장고에 방치됐다…치매 아버지 사망 전 '악몽의 넉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