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반도체기업 효율성 1→4위 이유는… “법인세, 대만·미국 3배”
세계 1위(2018년)를 차지했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효율성이 지난해 대만·일본·미국에 이어 4위까지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의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효율성 향상엔 시설투자·연구개발(R&D) 등이 긍정적 영향을 주는데, “최소한 경쟁국 수준의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은 65%로, 글로벌 100대 기업 평균치(67%)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업 효율성은 총자산·매출원가 등 투입 대비 매출액·영업이익 등 산출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한다.
글로벌 시총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의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5개년도(2018~2022년)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2018~2021년 70%대를 유지하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평균 효율성은 지난해 67%로 하락했다. 국가별로는 대만·일본(75%), 미국(73%), 한국(65%), 중국(59%) 순이었다.
한국 기업은 2018년 87%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이듬해부터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하락 원인은 반도체 업황 둔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탓”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대만 TSMC보다 지원 적고 세금 많이 내”
보고서는 “삼성전자는 투자인센티브·인건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TSMC보다 불리한 경영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분기 대만 TSMC의 매출은 27조5000억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액(23조300억원)을 넘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대만 정부는 TSMC의 R&D 투자에 1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패키지 공정 비용의 40%를 지원했으며, 반도체 인력 육성 보조금 등을 지원했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의 R&D 투자에 2%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했고, 시설 투자엔 1%의 공제율을 적용했다. 또 한국의 수도요금·인건비 등도 대만보다 높아 운영비 지출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시설투자·연구개발집중도·자기자본이익률 등을 제고해야 한다고 봤다. 2018년 1분기~2022년 3분기 자료를 바탕으로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분석한 결과다.
시설투자·연구개발집중도가 1% 증가하면 효율성이 각각 0.01%포인트·0.57%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비율이 1% 증가하면 효율성은 0.02%포인트 하락하고, 판관비(판매관리비)가 1% 증가하면 효율성은 0.25%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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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 세액 공제 인상…해외 주요국 수준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미래 핵심산업’으로 인식하고 대규모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만큼,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법인세 인하,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그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미미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법인세 인하, R&D 및 시설 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경쟁기업인 TSMC의 2.5배, 인텔의 3배에 달하는 등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산업과 기업에 대해선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외국과 동등한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차원에서 반도체 대기업의 법인세 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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