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부족 대란’, 의대 정원 늘려야 할까...국민 55% “반대” [민심레이더]
진보 61% 찬성 “정원 늘리고 의사 시험이 거름망 돼야”
지난해 12월,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과 입원 진료를 올해 2월까지 잠정 중단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 한 명도 지원하지 않는 등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국내 병원들 마저 소아청소년과 지원율 저조 현상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애초 13명을 뽑으려고 했으나 단 한 명만 지원했고, 세브란스는 정원 11명에 지원자가 아예 없었죠.
동네 병원은 더욱 심각합니다.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 662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의 전공의 급감과 수도권 외 지역의 의료진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문제 해결 방법으로 공공정책 수가 도입과 함께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월 10일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 증원 등은 의정 합의에 따라 코로나19 안정화 상황을 고려해 의료계와 논의할 사항”이라며 “현재 시기나 규모와 관련해 의협과 구체적인 논의를 한 바는 없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계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교육부도 지난달 복지부에 ‘의료 인력 양성 과정의 학생 정원 증원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협조 공문을 보내며 “2024학년도 보건의료인 양성학과 입학 정원 산정 등 의료 인력 수급 검토 시 적극적인 반영을 요청한다. 교육부에서는 의사·과학자 양성,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와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쭉 3058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국 간호대 신입생 정원이 2007년 1만1206명에서 올해 2만3183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과 대조적입니다. 2020년 8월 문재인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검토했지만 의사협회 파업, 의대생들의 집단 국가시험 거부 등 강한 반발에 부딪혀 논의가 중단됐습니다.
의료계는 이번에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1월 18일 입장문을 내고 “필수·공공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은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며 “정원 확대가 아니라 의료 수가 개선과 전공의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측도 “30년 동안 월급이 오르기는커녕 깎이면 그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겠나. 소아과가 현재 그런 상태”라며 “온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지원을 꺼리는 것이다. 의대생을 100배로 늘리면 해결이 되겠나.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하고 있죠.
답변은 성향에 따라 나뉘었습니다. 중도와 보수 성향의 응답자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하게 반대했는데요. 보수(67.6%), 중도보수(80.2%) 응답자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중도(67.2%) 역시 강한 반대 의견을 표출했죠.
중도보수 성향 20대 응답자는 “비인기 과목은 붙어도 재수하는 실정인데 정원 늘려봐야 무슨소용이냐”며 “10년 가까이 전공 파도 미래 전망이 안 보이니깐 안 하는 거지 단순하게 정원 늘린다고 해결되나”라고 말했습니다. 보수 성향 30대 응답자도 “의사를 늘린다고 의사가 소아과를 가고 지방을 갈까? 그만큼 보상이 따라야 가지”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진보 성향이 강할수록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진보(61.5%), 중도진보(45.7%)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중도진보 성향 20대 응답자는 “근본적으로 ‘미용을 위한 의료행위에는 보험이 안 된다’는 원칙 때문에 성형외과 등이 비보험 진료가 많아 수가가 높은 건데, 내과·소아과를 미용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라며 “의료진 수 늘리는 건 가시적인 효과라도 있지만 의료 수가 조정은 그냥 눈 가리고 아웅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한 진보 성향 응답자는 “의대 정원을 단순 기피과의 의사 수 늘리기 위해서라면 효과가 작을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면서도 “하지만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고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을 낮춰서 변호사 시험처럼 의사면허 시험이 유의미한 거름망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놓기 위해 정원 늘리는 것 자체는 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