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각자도생 시대, 연대의 커뮤니티를 만들자

2023. 1. 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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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처음으로 자진해서 신년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공고해지고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보다는 글쓰는 게 좋고, 글쓰는 사람들이 좋고, 그 사람들과 보내는 한 시절이 좋아서 이렇게 꾸준히 커뮤니티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나와 유사한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한 결의 사람들이 서로를 환대하며 이어지는 커뮤니티를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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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얼마 전, 처음으로 자진해서 신년회를 개최했다. 신년회에 모인 건 동기동창들도 아니었고, 회사 사람들이나 동네 주민도 아니었다. 내가 모은 이들은 현재 운영 중인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 필진들이었다. 약 1년 반쯤 전에 시작해 여러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기고하고 만들어오는 뉴스레터다.

처음에는 뉴스레터를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꾸준히 글을 쓰는 수단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공고해지고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신년에는 필진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여서 수다만 떨기에는 다소 헛헛할 것 같아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송출하는 대담회도 겸사겸사 열어보기로 했다. 구독자들에게 미리 대담회 일정을 알리고, 현장에서는 여러 필진들과 글쓰기나 각종 업계와 2023년 전망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대담회가 끝난 뒤에는 자유롭게 수다 떠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으로 나는 이 신년회 자리에 아이를 데려오기도 했다. 요즘에는 노키즈존처럼 아이들을 배제하는 게 일상이 된 세상이지만, 개인적으론 아이를 배제하는 문화도, 사회도 결코 건전하게 이어질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나는 내 책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에도 여러 번 아이를 데려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늘 말하곤 했다. "제 북토크에는 아이를 데려오셔도 됩니다"라고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만 네 살 된 아이는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기웃거리면서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그 공간에서 어울렸다. 아이는 시끄럽고 어른들의 공간에 들어올 수 없으며 배제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세상이지만, 막상 어른들이 마음 깊이 아이를 초대한다면 아이도 충분히 이 세상에 어울릴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 송출에서 깜짝 등장한 아이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하여 필진들을 비롯해 필진의 배우자, 또 아이까지 어우러지는 그런 커뮤니티 모임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 모임원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란, 모두 ‘글쓰기’에 열성적이라는 점 딱 하나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나와 글쓰기 모임을 함께 한 분들이 대부분이고, 이제는 함께 뉴스레터를 만드는 입장이 됐으며 나아가 커뮤니티 모임을 이어가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결국 대단한 일이나 목표보다 중요한 건 그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여기 모인 필진들도 뉴스레터를 엄청나게 성공시켜서 떼돈을 벌거나 대단한 명성을 얻겠다는 식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글쓰는 게 좋고, 글쓰는 사람들이 좋고, 그 사람들과 보내는 한 시절이 좋아서 이렇게 꾸준히 커뮤니티를 이어가는 것이다.

흔히 이웃이 사라지고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이 됐다고 하는 사회이지만, 이렇게 이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가 또 새로운 시대를 지시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나름대로 나에게는 꿈의 실현에 가까운 것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그것은 나와 유사한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한 결의 사람들이 서로를 환대하며 이어지는 커뮤니티를 가지는 것이다. 어쩌면 이 꿈은 우리 시대의 꿈일지도 모른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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