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쉬어가지 않을래요? 숨 고르기 좋은 사천미술관
[김종신 기자]
▲ 사천미술관이 있는 삼천포대교공원에 있는 거북선기념관. |
ⓒ 김종신 |
곧장 사천미술관으로 향하지 못합니다. 공원 곳곳에는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 볼거리 등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중가요 <삼천포아가씨>에 관한 노래비가 공원 한쪽에 있습니다.
"비 내리는 삼천포에 부산 배는 떠나간다 / 어린 나를 울려놓고 떠나가는 님이시여 / 이제 가면 오실 날짜 일년이요 이년이요 / 돌아와요 네 돌아와요 네 삼천포 고향으로."
은방울 자매가 불렀던 노래가 절로 흥얼거리게 합니다. 옆에는 분홍빛 포토존이 멋진 사각의 틀에 기념사진을 찍게 합니다.
공원은 햇살이 곱게 듭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사이로 발걸음도 가볍게 걷다 보니 어느새 이 고장 출신 박재삼 시인의 시비 <아득하면 되리라> 앞에 섭니다.
"해와 달, 별까지의 / 거리 말인가 /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 사랑하는 사람과 / 나의 거리도 / 자로 재지 못할 바엔 /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 이것들이 다시 / 냉수 사발 안에 떠서 / 어른어른 비쳐오는 /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 시방 갈증 때문에 /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
덩달아 시심으로 물듭니다. 시비 옆으로는 거북선 기념물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함대가 처음으로 해전에 거북선을 투입한 전투가 <사천해전>입니다. 이를 잊지 말라는 당부인 듯합니다.
▲ 사천 실안노을교 |
ⓒ 김종신 |
사천케이블카를 잠시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바닷가를 산책하기 좋은 나무테크길이 있습니다. 노을 명소인 이곳은 사천 8경 중 하나인 <실안노을>의 주 무대입니다. 오가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며 거닐자 내 안의 묵은 때가 씻겨 갑니다. 목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던 일상 속 찌꺼기가 떨어져 나갑니다.
산책길 <실안 노을전망교>에는 하늘로 승천하는 25m 크기의 두 마리 용 모양 조형물이 있습니다. 승천하는 용의 기상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기분입니다. 실안 노을빛은 눈을 잃을(失眼)정도로 아름답고 합니다.
▲ 2022 사천관광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2023.1.10.~1.24)가 사천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
ⓒ 사천시 |
다시금 걸음을 옮겨 목적지인 사천미술관 쪽으로 향합니다. 날이 풀리면 낮과 밤으로 멋진 공연이 펼쳐질 수상 무대를 지나자 케이블카들이 쉼 없이 오가는 쪽으로 미술관이 있습니다.
▲ 2022 사천관광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2023.1.10.~1.24)가 열리고 있는 사천미술관 |
ⓒ 김종신 |
사천미술관에 들어서자 장화 신은 고양이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정겨운 표정에 우리 집 고양이를 떠올리며 인증 사진 하나 남깁니다. 마침 찾은 날은 2022 사천관광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2023.1.10.~1.24)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 2022 사천관광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2023.1.10.~1.24)가 사천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사진은 <선진리의 봄(김승진 작)> |
ⓒ 김승진 |
사천의 무지개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명소 <그리움이 물들면>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은 질리지 않습니다.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구경하다 한순간 침샘이 고였습니다. 사천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해물탕 사진 한 장이 입가에 침을 모으고 소주 한 잔 곁들였으면 하는 저녁이 있는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창선-삼천포대교를 배경으로 '안녕, 사천 여기에 오길 참 잘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사진이 지금의 제 마음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하릴없이 마음만 바쁜 일상에서 사천미술관과 주위 경관들이 숨 고르며 살라며 도닥도닥 다독여줍니다. 조금 쉬었다 가라,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넉넉한 품을 내어줍니다. 덕분에 마음 한결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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