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성장 중”…14년간 사랑 받은 뮤지컬 ‘영웅’의 다음 스텝

박정선 2023. 1. 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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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국내 9번째 시즌으로 개막한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국내 대표 뮤지컬이다. 지난해에는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지면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무려 14년간 하나의 콘텐츠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콘텐츠의 힘’ 때문이었다.


ⓒ에이콤

‘영웅’을 초연부터 연출·제작하고 현재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에이콤 윤호진 예술감독은 18일 “처음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뮤지컬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엄두가 나지 않아 거절했다”면서 “앞서 ‘명성황후’를 만들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적인 소재로 대형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처음 ‘영웅’을 제안 받았을 때 편한 거 하고 싶다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런 윤 감독의 마음을 돌린 건 안중근의 철학 때문이었다. 그는 “거절한 후에도 계속 궁금증이 남았고, 안중근 의사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안중근 의사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인데도 그동안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동양평화’에 관한 내용을 잘 살려보자는 생각에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완성된 ‘영웅’은 2009년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기를 기념해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윤 감독은 “초연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역동적인 액션 장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한 달가량 지방의 한 극장을 빌려서 배우들과 합숙하며 훈련했고 덕분에 첫 공연에서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해냈던 기억이 있다”면서 “지금은 ‘영웅’을 만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본 관객들이 지금 시대엔 어떤 영웅이 나올 수 있을까, 나라란 왜 필요한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번 시즌 ‘영웅’은 더욱 의미가 깊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겼던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면서다. 영화는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초연 때부터 뮤지컬 ‘영웅’과 함께 해온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안중근을 연기했다.


정성화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객석에 앉아계신 분들이 안중근 의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저의 책무의자 의무다. 오해 없이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9년 ‘영웅’ 10주년 공연과 영화 촬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그는 석달 만에 몸무게를 10kg을 넘게 감량해야 했다. 그 탓에 공연 도중 실신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그는 “뮤지컬이 영화가 된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저의 소원이기도 했다. 항상 조연, 단역을 했는데 주연을 맡게 됐고, 더구나 꿈에 그리던 뮤지컬 영화의 주연이라서 더욱 의미가 컸다”면서 “이번 시즌에는 영화를 보고 뮤지컬을 궁금해 해서 오신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분들이 ‘영화는 좋았는데 뮤지컬은 별로’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되니까 이전 보다 훨씬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뮤지컬 영화사에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은 이들이 내다보는 포부도 남다르다. 앞서 ‘명성황후’와 ‘영웅’으로 뉴욕과 런던 등 뮤지컬 본고장에서도 관객을 만난 윤 감독은 “이제 두 편의 고유 흥행 콘텐츠를 가지게 됐는데, 5편까지 갖는 게 꿈이다. 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무대에서도 ‘영웅’을 비롯한 한국 뮤지컬이 경쟁력이 충분하다. 그 진출의 기틀을 마련해 놓는 것이 은퇴 전에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화와 함께 ‘영웅’의 대표 배우로 꼽히는 양준모도 남다른 소망을 드러냈다. 앞서 뮤지컬 ‘금강’으로 평양 땅을 밟았던 그는 “‘금강’을 통해 문화가 정치를 뛰어넘는 경험을 했다. ‘영웅’ 역시 안중근 의사의 고향인 황해도 해주가 있는 북한에서 공연되는 날을 상상한다”면서 “‘영웅’은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는 중요한 작품”이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영웅’은 내달 28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오는 3월부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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