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아트테크]④"조정기에도 견조한 레드칩 작가군 주목해야"
자산 측면에 집중한 자본 빠져나가는 조정기
장기적 시각 가진 컬렉터, 시장과 함께 성장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지난해 한국에서 처음 개최된 프리즈 서울은 한국미술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 세계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4년간 개최될 프리즈를 통해 전기를 마련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18일 지난해 미술 시장을 분석하고 올해를 전망한 '2022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서 “프리즈 서울이 한국 미술시장에 장족의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며, 현재 홍콩의 정치적 상황과 일본의 엔저 상황을 고려할 때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서울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전망했다.
국내 미술시장 성장을 견인한 MZ세대를 두고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글로벌 자금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채권과 주식, 부동산을 거쳐 자본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됐다”며 “이건희 컬렉션 공개 등을 통해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스타트업과 가상화폐 등으로 자금력을 갖춘 MZ컬렉터가 대거 시장에 유입되면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장에 유입된 자본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2 미술시장 규모 추산 결과’는 지난해 한국 미술시장에서 거래한 미술품 유통액이 1조37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7563억원에 비해 37.2% 늘었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새로 유입된 MZ컬렉터에 업계는 주목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만족하는 것을 선택하는 MZ세대의 소비문화는 미술품 구매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손 이사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차나 집부터 사면서 취미생활을 마지막으로 미뤘다. 그래서 그림을 나중에 구매했는데 MZ세대는 본인이 좋아하고 만족하는 취향에 집중해 (미술) 작품을 우선 구매했다”며 “GDP 대비 미술시장 비중이 한국은 0.05% 밖에 안 되는데 반해 영국은 GDP 대비 비중이 0.5%로 우리 국민 수준 대비 시장은 작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시선이 바뀌고 미술을 향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MZ 컬렉터들이 자신의 취향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했다”며 “이 과정에서 1975년 이후의 젊은 레드칩 작가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현재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이들 작가군의 하락폭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2 미술시장 분석보고서’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가격이 급등한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큰 부침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낙찰총액 기준으로 단색화 열품을 이끌었던 이우환(-36%), 박서보(-28.6%)의 경우 하락폭이 시장 전체 수준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문형태(-66.7%), 우국원(-57.8%) 등 MZ컬렉터의 지지를 통해 최근 가격이 급등했던 작가는 낙폭 또한 큰 것으로 집계됐다. 손 이사는 시장이 하락세를 통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초고가의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연착륙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이 좋아지고 컬렉터가 늘면서 유입된 미술품의 자산적 측면에만 집중한 자본은 빠져나가고, 작품의 가치 상승과 경제적 이익을 함께 고려한 장기적 시각으로 들어온 분들이 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시장 조정기로 인해 MZ컬렉터에게도 부침이 찾아왔지만, 이들이 주도한 새로운 흐름을 업계는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추상 열풍에서 표현주의를 거쳐 반추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켜본 손 이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나 마크 로스코와 같은 작가가 주도했던 시장이 헤르난 바스, 니콜라스 파티 등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단숨에 44억원을 기록한 1990년생 작가 플로라 유크노비치나 가나 출신으로 주목받는 흑인 아티스트인 아모아코 보아포 등 실력을 인정받은 신진 레드칩 작가들은 조정 국면에서도 견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에 따르면 국내 MZ컬렉터의 절반은 재판매 시점을 정하고 작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승폭이 높은 동시대 레드칩 작가에 집중했던 이들의 투자 성향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손 이사는 “아트프라이스의 자료를 보면 10년 전 가격이 급상승한 작가들의 작품가가 현재 그 수준을 전혀 회복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보이고, 지난 2년간 시장의 조명을 받은 젊은 작가들의 10년 후 작품가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오는 만큼 작품 구매 흐름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컬렉터의 안목, 그리고 자산 측면으로만 미술품 구매에 접근하기보다 내가 좋아서 구매한 작품은 당장 못 팔아도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뚝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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