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단 사건' 앞세운 국힘, 국정원 대공수사권 사수 나섰다

이경태 2023. 1. 1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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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암세포 곳곳에 퍼져" 국정원법 재개정 주장...민주당 "국힘 법안 발의 후 조직적 압색"

[이경태, 박정훈, 남소연 기자]

▲ 제주서도 국보법 위반 관련 압수수색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평화쉼터에 주차된 차량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대공수사권.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난 18일 이른바 '간첩단 사건'으로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 등 전국 10여곳을 압수수색을 벌인 뒤, 이 대공수사권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국정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이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한 국정원법 개정으로 내년 경찰로 이관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작전 전에도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국민의힘은 이번 일을 빌미로 북한의 위험성을 더 원색적으로 부각시키면서 국정원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시기 국정원 개혁을 뒤로 돌리려는 시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정원이 떠들썩하게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이번 간첩단 사건의 맥락이 대공수사권 이관을 막기 위한 '시위' 성격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 "김정은이 간첩단 곳곳 침투시켜 내전 부추기려 혈안"
  
 19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현장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19
ⓒ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광주전남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간첩사건이 밝혀질 때마다 종북세력들은 공안몰이라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라며 "자유민주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간첩 적발 건수는 모두 26건으로 연간 4건 이상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간첩 적발 건수는 총 3건에 그쳤다. 그마저도 박근혜 정부 시절 인지해서 수사하던 사건들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국정원 개혁이란 구실 아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했다. (이 때문에)국정원의 대공수사능력이 현저히 저하됐고 간첩을 잡아야 할 국정원이 남북 대화 창구로 전락했다"면서 내년 예정된 경찰로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경찰은 숙련된 간첩수사 경험도, 해외방첩망도 모자란 게 사실이다"라며 "수십년 간 축적된 간첩수사 노하우를 가진 국정원의 손발이 묶이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굴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의) 김정은은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언제든지 전술핵 무기로 한반도 남쪽을 타격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간첩단을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시켜 내전을 부추기려 혈안이다"라며 "이번 기회에 대공수사 능력을 총동원해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고 사회 곳곳에 은닉하고 있는 간첩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상화된 북한의 도발 속에서 무뎌진 대북안보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두눈을 부릅뜨고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최후의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 조직이 바로 국정원"이라며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재고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 역시 간첩단 사건을 거론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 북한의 암세포가 퍼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간첩단 수사를 막거나 방치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이적행위다. 활개 치는 간첩 실상을 알고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했다면 국가해체행위를 한 것"이라며 "국가 보위의 최첨단 노하우를 갖고 있는 국정원의 손발을 자른 책임을 민주당이 져야 한다. 민주당이 국가해체행위를 한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국정원법을 복원시키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국정원이 대공수사권 이관 막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까 우려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간첩단 사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는 등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여당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를 걸고 넘어가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간첩단) 사건의 실체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정원이 내년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해당 사건을) 활용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국정원은 무수히 많은 무고한 국민들을 간첩으로 조작해 국내 정치에 이용했던 전력이 있던 집단"이라며 "국민들이 이제야 '막걸리 보안법' 걱정은 안 하고 살았는데 이마저도 과거로 돌릴까 우려된다. 국정원의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간첩단 사건 관련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에 대해선) 당 차원의 대응 등 공식 입장은 없다"라면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정원으로 다시 대공수사권을 이관시키겠다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이후 이런 일들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여당 지도부 대공수사권 발언 후 계획이라도 한 듯 압색 진행"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은주 원내대표.
ⓒ 남소연
 
정의당은 보다 분명하게 "대공수사권 이관을 막으려는 공안 분위기 연출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결코 경찰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발언 이후 계획이라도 한 듯 진행된 압수수색"이라며 "혐의자들에 대한 인신구속절차도 없었고 엄연히 다른 조사방법이 있었음에도 노동자들과 간호사들의 사무실과 심지어 세월호 쉼터까지 수백 명의 병력을 동원해 공안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국정원의 압수수색 전인 지난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철회를 주장한 것을 꼬집은 것. 

그는 그러면서 "동네방네 '저기 간첩혐의자가 있어요' 외치며 수백 명이 건물 둘러싸고 압수수색한다는 경우는 세상천지에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정의당은 국정원 대공수사권 유임을 시도하며, 국정원의 국민 사찰, 여론조작을 또 다시 허용하려는 정부·여당의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대대적인 물리력과 언론보도를 동원한 이번 압수수색은 비밀 수사, 일망타진이라는 대공수사 원칙도 스스로 깨버린, 공안몰이였다"며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자기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조직보위적 위력시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런다고 대공수사권 이양이 철회되지 않는다"며 "국가 안보기관답게 보수 정부의 충견 노릇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집중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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