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車 배기구 옆에 잠깐만 섰는데…내 뇌에 끼치는 영향

강찬수 2023. 1. 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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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서울 양천구 궁동터널 인근에서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 차량공해저감과 운행차관리팀 공무원들이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발암물질로 알려진 디젤(경유차) 배기가스에 고농도로 노출될 경우 2시간가량 짧은 시간에도 사람의 뇌 기능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과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남녀 25명을 디젤 배기가스로 채운 작은 방(chamber)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한 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을 촬영해 그 영향을 살펴본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 실험 결과는 최근 '환경 보건(Environmental Health)'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매우 나쁨' 기준 4배 오염에 노출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 인근에서 서울시 대기정책과 직원들이 운행차 배출가스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2시간(120분) 동안 방에서 지내도록 하면서 처음과 중간 각 15분씩 고정식 자전거를 타는 가벼운 운동도 했다.

이들은 한번은 디젤 배기가스로 오염된 공기를, 한번은 여과기로 걸러낸 맑은 공기를 마셨다.
오염된 공기에는 초미세먼지(PM2.5)가 ㎥당 289.6㎍이 들었고, 깨끗한 공기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4㎍/㎥였다.

국내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예보 기준이 76㎍/㎥ 이상인데, 실험에 사용한 오염된 공기는 이 기준의 4배 수준이었다.

실험에 사용한 오염 공기와 깨끗한 공기에는 총휘발성유기탄소(TVOC)가 각각 1425ppb와 124.5ppb, 이산화탄소는 2098ppm과 794.1ppm, 이산화질소는 283.1ppb와 51.9ppb 농도로 들어있었다.

연구는 실험 참가자나 연구자 모두 실험 당시에는 깨끗한 공기인지, 나쁜 공기인지 알지 못 하게 하는 '이중맹검법'을 사용했다.
2차례 실험 전후에 각각 fMRI를 촬영했고, 두 실험 사이에는 2주의 시간 간격을 뒀다.


100장의 fMRI 영상 분석


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연결성이 뚜렷이 증가한 부위를 나타낸다. A는 디젤 배기가스 노출 전과 후에 중요한 변화가 없음을 나타낸다. B는 깨끗한 공기 노출 전과 후에 연결성이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 C는 디젤 배기 노출 전의 영상과 깨끗한 공기 노출 전의 영상을 비교, 디젤 배출 전에 연결성이 더 높은 사례를 보여준다. D는 깨끗한 공기 노출 후와 디젤 배기가스 노출 후를 비교, 깨끗한 공기에 노출됐을 때 기능적 연결성이 더 큰 영역을 나타낸다. 깨끗한 공기 속에서 운동한 경우 연결성이 증가하는데(B사례), 오염된 공기에 노출됐을 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D사례). [자료: Environmental Health, 2023]
연구팀은 fMRI 영상에서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를 분석했다. 이 네트워크는 뇌 피질 영역에서 상호 연결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활성이 가장 높다.
이 뇌 영역의 연결성은 운동한 다음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5명으로부터 4장씩 얻은 총 100장의 fMRI 영상을 분석했는데, 디젤 배기가스 노출이 뇌 연결성을 줄어들게 하는 것을 확인했다.

즉, 디젤 배기가스에 노출 때는 운동(총 30분 동안)을 했음에도 뇌 연결성에 변화 없었다.
여과된 깨끗한 공기에서 가벼운 운동을 했을 때는 뇌 연결성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단기 오염 노출로도 디젤 배기가스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 미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두뇌 연결성의 감소는 작업 기억력 감소, 행동 수행 곤란, 작업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초미세먼지는 코의 후각 기관을 통해 뇌로 침투할 수 있으며,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짧은 노출 반복되면 문제 될 수 있어


인도 뉴델리의 대기오염. 오염이 심할 때(왼쪽)과 맑은 날 큰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300㎍/㎥ 수준에 노출될 가능성이다.

과거 중국 베이징이나 최근 인도 뉴델리의 경우 스모그가 심할 때 실제로 이런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뉴델리의 일부 지역은 750㎍/㎥ 수준까지 육박했다. 뉴델리를 '가스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국내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아도 100㎍/㎥ 안팎이다. 밀폐된 차고 안에서 고장 난 차를 장시간 수리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노출되기 어렵다.
다만, 디젤 차량 배기구 바로 옆이라면 순간적으로 고농도 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

연구팀은 "짧은 시간 노출됐더라도 지속해서 노출되면 그 스트레스가 축적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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